어제 오전 여섯 시 경의 소동극으로 인해 산란해진 마음, 제1차 세계대전 후에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1925)을 찾는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나영균 번역 문예출판사 판본.

런던 2018년 6월 - 사진: UnsplashHarshil Gudka






클러리서는 계속 생각했다.

‘인생을 사랑하고 있어. 사람들 눈 속에, 팔을 휘젓고 또는 발소리를 요란히 내고 뚜벅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에, 들끓는 아우성, 마차, 자동차, 버스, 짐차, 또 발을 질질 끌며 흔들흔들 걸어가는 샌드위치맨 속에, 악대 오르간 소리와 환성 속에, 또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묘하고 드높은 폭음 속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들어 있어. 인생, 런던, 6월의 이 순간이.

6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어. 전쟁도 끝난 셈이지. 대대로 물려 온 저택을 아들이 전사해서 사촌에게 빼앗기게 되었다고 어제 저녁 대사관에서 한탄하던 폭스크로프트 부인이나, 아들 존이 죽었다는 전보를 손에 받아 쥔 채 바자회를 열었다고 하는 벡스버러 경 부인 같은 이들은 예외지만. 하여간 전쟁은 끝나고야 말았어. 고맙게도―끝이 나고야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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