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여섯 시 경의 소동극으로 인해 산란해진 마음, 제1차 세계대전 후에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1925)을 찾는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나영균 번역 문예출판사 판본.






제1차세계대전에서 독일군 참호를 점령한 영국군, 1916 (위키미디어 커먼즈)



클러리서는 계속 생각했다.

‘인생을 사랑하고 있어. 사람들 눈 속에, 팔을 휘젓고 또는 발소리를 요란히 내고 뚜벅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에, 들끓는 아우성, 마차, 자동차, 버스, 짐차, 또 발을 질질 끌며 흔들흔들 걸어가는 샌드위치맨 속에, 악대 오르간 소리와 환성 속에, 또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묘하고 드높은 폭음 속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들어 있어. 인생, 런던, 6월의 이 순간이.

6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어. 전쟁도 끝난 셈이지. 대대로 물려 온 저택을 아들이 전사해서 사촌에게 빼앗기게 되었다고 어제 저녁 대사관에서 한탄하던 폭스크로프트 부인이나, 아들 존이 죽었다는 전보를 손에 받아 쥔 채 바자회를 열었다고 하는 벡스버러 경 부인 같은 이들은 예외지만. 하여간 전쟁은 끝나고야 말았어. 고맙게도―끝이 나고야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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