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도레의 작품(1883) 속 빨간 모자는 베레모를 단촐하게 쓰고 있다. 옷소매도 짧은 걸 보니 여름이 배경인 모양이다.

By Gustave Dore - Les Contes de Perrault



아래 글의 출처는 펭귄클래식코리아 그림 동화집 1권의 해설이다. 영문학자 데이비드 루크가 쓰고 임옥희가 번역했다.





「빨간 모자」는 크로노스의 신화, 요나와 고래, 고대 북구 신화에서 오딘을 삼키는 괴물 늑대 펜리르 또는 11세기 초반 늑대들 사이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발견되었다는 라틴 이야기, 아니면 예로부터 민간에 널리 퍼져 있는 늑대에 관한 일반적인 미신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보다는 괴물에게 공격을 받을지도 모르고, 어둠(오, 늑대의 내장 속은 얼마나 캄캄할까?) 속에 영원히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어린이들의 원초적인 공포에 대해 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은 페로가 암시하다시피, 뻔히 알고 있는 어른 청중에게 눈짓을 하면서 늑대는 사실 어린이에게 지분거리는 치한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겁을 줘서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훈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불안과 대면해서 그것을 표출하고 해소하게 하려는 (적어도 그림 형제의 동화 마무리에서는) 상징적 환상에 관한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현상, 개념상의 약점이 있지만, 적어도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에 대한 매력적인 개요를 제시할 수 있다. 베텔하임이 거론한 문제 중에서 아직도 작동했으면 하는 ‘옛날 옛날 한옛날’의 세계에서는 폭력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폭력은 민담과 신화 자체의 특징이며, 일부 사람들이 순진하게 짐작하는 것처럼 그것이 그림 형제의 환상이거나 독일 특유의 환상이 아님은 여기서 굳이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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