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름이 특이하다. 역자의 말에 나오길 엄마가 크로아티아 출신이고 아빠는 이란계 유대인. 찾아보니 부모님 두 분 다 음악인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일한 적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이 소설에 중국인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올려둔다.
이제는 동굴의 입구에 다가가고 있다. 내면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의 연기 냄새가 난다. 무언가를 태워 제물로 바쳐야 한다. 그러면 불이 다 타고 꺼질 것이다. 연기가 사라질 것이다. 내 눈이 어둠에 적응하겠지, 나는 생각했다. 발 딛고 설 자리를 찾겠지. 동굴에서 다시 빛으로 나오면, 마침내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모든 세상─이 다시 새로워지겠지.
매번 쉬는 숨이 메아리처럼 이어지며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그 호흡의 리듬에 귀기울이다보니 나는 아주 멀리 떠나와 있었다. 그곳에는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고, 확신이나 방향성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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