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의 '내가 읽은 박완서'로부터 아래 옮긴 글 초반에 나온 "박완서의 두 편의 성장소설"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이다.



By Dalgial - 자작, CC BY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730016 싱아(위키백과)


   

이 자기표현, 자기고백으로서의 문학적 현상에 접할 때 비로소 박완서의 두 편의 성장소설의 유력함의 근거에 닿게 된다. 또 그것은 헤겔적 역사 발전의 법칙성(변증법) 앞에서 한동안 길 잃고 방황하던 낭만주의 세례를 받은 이들의 출구에 다름 아니었다. 박완서의 출현은 바로 이 교체기의 한복판에서였다. 『나목』의 위치가 바로 여기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최고도에 이른 것이 위의 두 편의 자기고백체였다.

자기표현, 자기고백이야말로 구원이자 유일한 출구였다. 신 앞에서까지 이를 관철하고자 하는 형국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이 자기고백은 이에 문학적 현상을 넘어서게 된다. 헤겔식으로 말해 문학보다 윗길에 놓인 종교의 차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작가 박완서는 이 종교의 문지방까지 갔다가 주춤 물러섰다. 자기표현, 자기고백체가 작가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출처: 두 가지 형식의 ‘악마의 작업‘ - 박경리와 박완서(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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