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었던 작년의 오늘이, 백승무 번역 톨스토이의 부활(문학동네)을 읽기 시작한 날이다. 올해 초 합본이 새로 나왔다.

핀란드의 귀룽나무 By kallerna - Own work, CC BY-SA 3.0


귀룽나무 [european bird cherry]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그러나 이 도시에도 봄이 오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가로숫길 잔디밭뿐 아니라 보도블록 사이에도 미처 뽑아내지 못한 잡초들이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파릇파릇 돋아났다. 자작나무와 포플러, 귀룽나무에는 끈끈하고 향기로운 나뭇잎들이 싹을 틔웠고, 보리수나무는 막 터질 듯 새 눈들이 부풀어올랐다. 갈까마귀와 참새, 비둘기는 봄을 맞아 흥겹게 둥지를 틀고, 파리떼는 햇살이 비쳐드는 건물 벽 주변에서 윙윙거렸다. 식물도, 새들도, 곤충들도, 아이들도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다 큰 어른들은 자기 자신과 서로를 속이고 괴롭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봄날 아침에 어른들에게 신성하고 중요한 것은 신이 만물의 행복을 위해 만든 이 세상의 아름다움, 즉 평화와 조화,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신성하고 중요한 것은 오직 타인 위에 군림하기 위해 직접 생각해낸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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