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막

들판. 오랫동안 방치된, 낡고 기울어진 예배당. 그 옆에 우물과 낡은 벤치와 예전에는 묘비였으리라고 짐작되는 커다란 돌. 가예프의 영지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한쪽에는 우뚝 솟은 포플러 나무들이 검게 보이고, 그곳에서부터 벚나무 동산이 시작된다. 멀리 전신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보다 더 멀리 지평선 상에 대도시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도시는 아주 맑게 갠 날에만 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선 어떤 독일인 부인이 날 데려가서 공부시켰지. 그렇게 자라서 가정 교사가 된 거야. 내가 어디 출신인지 또 내가 누군지 난 잘 몰라……. 내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마 결혼도 안 했을 거야……. 모르지. (주머니에서 오이를 꺼내 먹는다.) 아무 것도 몰라. (침묵.)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들어 줄 사람이 있어야지……. 내겐 아무도 없어.


- 어쨌든 외국에 산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 그야 물론이지. 그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어. (하품을 하고 시거를 피우기 시작한다.)
- 당연하죠. 이미 오래 전부터 외국에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으니까.

난 성숙한 사람이라서 여러 가지 훌륭한 책들을 읽고 있지만, 내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 살아야 할지 자살이라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난 항창 권총을 가지고 다니지, 자 보세요……. (권총을 보여 준다.)

영리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 어리석지. 상대할 사람이 있어야지……. 결국은 나 혼자일 뿐이야.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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