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 [Beethoven, Violin Sonata No. 9 A major op. 47 ‘Kreutzer’] (클래식 명곡 명연주, 최은규)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8790&cid=59000&categoryId=59000



"그들은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아시냐고요!" 그는 소리쳤다. "으……!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니 음악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그게 도대체 뭔가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음악이 도대체 뭐지요? 음악이 하는 일이 뭡니까? 왜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음악이 영혼을 고양시킨다고 하는 말은 모두 헛소리이고 거짓입니다! 음악은 무서운 작용을 합니다. 어쨌든 제게는 그랬지요. 음악은 영혼을 고양시키지 않습니다. 음악은 영혼을 고양시키지도 천박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음악은 영혼을 자극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음악은 제 자신을 잊게 만들고 제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저를 제자리가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옮겨놓습니다. 음악은 제가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음악은 하품이나 웃음과 같은 겁니다. 하품하는 사람을 보면 졸리지 않은데도 하품을 따라하게 되고, 웃음소리를 들으면 웃을 이유가 없는데도 웃게 되는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그것을 작곡한 사람의 정신세계로 곧바로 저를 데려갑니다. 저는 작곡가와 영적으로 하나가 되어 그와 함께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옮겨 다니는데, 제가 왜 그렇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작곡한 베토벤은 왜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었는지 틀림없이 알고 있기에 그 상태가 의미가 있겠지만, 제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수단이 아무 수중에나 들어간 겁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첫 번째 프레스토를 예로 들어보지요. 정말 이 프레스토를 가슴 위를 노출시킨 옷을 입은 부인들 앞에서 연주할 만합니까? 연주가 끝나면 박수 좀 치고 다음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최근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에서 말입니다. 이런 음악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환경에서만 연주해야 하고, 또 그에 걸맞은 진지한 행동이 요구되지요. 이 음악이 조절하는 그대로 연주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걸맞지 않은 음악을 사용하여 에너지와 감정을 돋우게 되면 바로 파멸로 이어지게 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이 소나타가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껏 제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감성과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전에 살며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뭔가가 제 영혼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새로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이 새로운 상황은 유쾌한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그를 포함해서 항상 똑같은 얼굴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