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자경전이 마음에 확 들어왔다. 자경전은 고종의 양어머니인 신정왕후가 거처하던 전각인데 붉은 벽돌에 매화, 천도, 모란, 국화, 대나무 등을 장식한 외벽이 아름다웠다. 작게 조각된 아기자기한 꽃들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현대 건축에는 이런 섬세한 감성이 사라져서 아쉽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살면서 그래도 몇 번이나 왔던 경복궁인데 어째서 이렇게 처음 발견한 듯 새로울까.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