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인간 실격'(김춘미 역) 작품해설로부터
근대 일본문학 - Daum 백과 중 '전후의 문학' 항목 참조.
다자이 오사무(1944) By Yoshiaki Watanabe
다자이가 미치코 부인과 결혼하고 소강상태를 얻어 비교적 낙관적인 수작을 발표한 중기는 태평양 전쟁하의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동시에 다자이가 처음으로 직업 문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위해 글을 쓰려고 결심한 시기에 해당된다. 전 일본을 휩쓴 격동기에 비로소 홀로 서기를 결심하고 나름대로 성공한 시기기도 하다.
그러나 패전 후의 일본은 그에게 환멸과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인간 실격자라 자조하며 철저한 자기 부정을 통해 획득된 깊이 있는 인생 통찰이 패전 후의 사회상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했고, 그 분노는 그대로 좌절과 자포자기로 그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다자이의 자포자기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그 개인의 몫이 아니라 전후의 혼탁한 상황에 실망했던 일본의 뜻있는 자들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뢰파(無賴派)니 데카당스파니 하는 호칭으로 불리며, 전후 인기 작가로 부상한 다자이는 개인적인 지점에서 사회 비판이라는 지점으로 나아가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공적(公的)이라 할 자기 파멸을 기도하게 된 것이다.
패전 후 어제까지 침략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옹호하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영생을 얻는 길이라고 떠들어대던 지도층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민주주의를 논하고, 공산당 인사들까지도 점령군 통치하의 ‘주어진 자유’에 도취할 때, 다자이는 맨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한없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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