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w's Skull with Calico Roses, 1931 - Georgia O'Keeffe - WikiArt.org
오정희의 단편소설 '목련초'에는 흰 뼈와 목련이 반복된다. "어머니의 뼈에서 피어나는 목련" 같은 표현은 잊기 어렵다. 꽃과 뼈라는 요소는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목련초' 속 남녀의 대화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1958)를 연상시킨다(뒤라스의 이 작품에는 동백꽃이 등장한다). 1975년 발표작 '목련초'는 작가의 이십대 후반에 쓰였다(1947년 생). 저자의 생애사항은 이러하다:1966년 대학 입학(문예창작 전공) 68년 등단 70년 대학 졸업 74년 결혼.
장석주의 20세기 한국문학 탐험 4 (다음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700053 오정희
어머니의 시체는 풀에 덮여 뒷산에 버려졌다. 풀도 썩고 살도 썩어 뼈만 희게 남아야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뼈는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되고 흰눈을 둘러쓰고 겨울을 지난 뒤에도 백골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짙은 안개 속을 거룻배를 타고 밤도망을 쳐서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성장한 후에도 자주 어머니의 꿈을 꾸고 어머니의 뼈에서 피어나는 목련을 보았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밤마다 나는 목련을 꿈꾸고 그것을 그려야겠다는 열망으로 뿌리 깊은 증오를 눌렀다.
내 속에는 어머니를 버리고 달아나던 날밤의 자욱한 어둠이 급류가 되어 밀려 들어오고 그 너머 어디선가에 흰 목련들이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었다. 나를 이윽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함몰시키고야 말 꽃들이.
온갖 타락에 대한 열망, 죄악에 대한 열망에 시달릴 때마다 어머니의 뼈에서 피어나던 목련은 어둡고 민감하게 스멀대며 살아나곤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밤마다 끝없이 절망과 비상과 추락을 거듭하여 거대한 잠 속에 빠져든다 해도 내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목련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밤이라면 나도 잘 알아요. 나는 두 번째 소주잔을 입에 가져가며 한수 씨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밤마다 목련이 핀다는 얘기? 내가 그런 얘기도 했던가요? - 목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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