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기 신부」는 주인공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과 성찰, 죄로 인한 파멸, 그리고 갱생의 과정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같은 맥락에서 Freeborn은 이 소설을 「악마」와 비교해 영적인 삶과 육욕 간의 투쟁을 보다 더 심리적인 면에서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고 평한다. 세르기 신부의 수도생활 22년은 신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내면의 성찰과 혹독한 번민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육욕과 공명심과 같은 죄(sin)는 바로 신과 인간(수도사)의 관계에 개입하는 중요한 장애물이다.]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152544 (윤새라)


세르게이가 은둔생활을 시작한 지도 6년이 지났다. 이제 그의 나이도 마흔아홉 살이었다. 그의 인생은 지난했다. 단식이나 기도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내적 갈등 때문이었다. 갈등의 원인은 두 가지, 바로 의혹과 욕정이었다. 이 두 가지의 적은 항상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두 가지 다른 적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은 하나였다. 의혹이 사라지면 바로 욕정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두 가지를 별개의 악마적 속성을 지닌 것이라 생각하고 각각 싸우고 있었다.

‘진짜 이 침상은 나의 관이 되는 것인가?’ 그는 기도했다. 그때 어떤 악마가 그에게 소곤거리는 것 같았다. ‘독수공방하는 침상이 바로 관이지.’ 그러자 그는 예전에 함께 지냈던 과부의 어깨를 상상 속에서 보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고 기도를 계속했다. 계명을 외우고 나서 그는 복음서를 들고, 그가 자주 반복하여 외우는 부분을 펼쳤다. ‘주여, 믿나이다. 저의 약한 믿음을 구원하소서.‘

그는 치미는 의혹을 진정시켰다. 그는 기우뚱거리는 물건을 잘 세워놓을 때처럼 자신의 신앙을 흔들리는 다리 위에 세워놓고 깨지거나 뒤집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의혹의 그림자가 걷히자 그의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 하던 기도를 반복했다. ‘주여, 저를 인도하소서. 인도하소서.’ 그러자 그의 마음이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기쁨과 감동이 충만해졌다.

그는 찾아오는 환자들을 거절할 수 없어서 찾아온 모두에게 안수기도를 했고, 많은 사람의 병이 나았다. 신부 세르게이의 명성은 점점 더 커졌다. 그렇게 9년간의 수도원 생활과 13년간의 은둔생활이 지나갔다. 신부 세르게이는 이제 장로다운 풍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의 턱수염은 긴 백발이 되었으나 머리칼은 숱이 많진 않지만 여전히 검고 고불거렸다. - 신부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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