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 '문조'의 결말을 밝힙니다.
소설에서 문조를 키우게 된 이 사람은 문조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느끼지만 예상대로 돌보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결국 문조는 죽는다. 아래에 밑줄긋기로 옮긴 부분의 출처는 을유문화사의 '런던탑/취미의 유전(김정숙 역)'이다.
심수관과 사쓰마 도기 https://www.jjan.kr/article/20190618678731 조선 도공의 혼을 잇는 15대 심수관 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00010005/295
서재 안에서는 변함없이 펜소리가 사각사각 난다. 쓰고 있던 소설은 꽤 진척되었다. 손가락마디가 차갑다. 아침에 화로에 묻은 벚나무 숯이 하얗게 꺼져 있고 사쓰마형 삼발이에 걸친 무쇠주전자가 차갑게 식어 있다. 숯 바구니는 빈 채였다. 손뼉을 쳤건만 좀체 부엌까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일어나 문을 열자 문조가 여느 때와 달리 횃대에서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발이 하나밖에 없다. 나는 숯 바구니를 툇마루에 놓고 허리를 구부려 새장 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뜯어봐도 발은 하나밖에 없다. 문조는 이 화사한 가는 발 하나에 몸 전부를 의지한 채 묵묵히 새장 속에 붙어 있다.
돌아온 것은 오후 3시경이다. 현관에 외투를 걸고 복도로 해서 서재에 들어갈 요량으로 예의 툇마루로 돌아가니, 새장이 상자 위에 꺼내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문조는 새장 밑바닥에 발랑 뒤집혀져 있었다. 뻣뻣하게 모은 두 발이 배와 일직선이 되어 막대기처럼 뻗어 있었다. 나는 새장 곁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고 문조를 지켜보았다. 검은 눈을 감고 있다. 눈꺼풀 색은 파르스름 변했다. - 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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