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 '취미의 유전'으로부터 맥베스를 언급한 대목을 밑줄긋기로 옮겨둔다(출처는 을유문화사 '런던탑/취미의 유전'이다). 나쓰메 소세키 평전에 따르면, 영국 유학을 다녀온 후 그의 영문학 강의는 처음엔 반응이 시들했으나 차차 인기가 올라가 나중엔 학생들로부터 평이 좋았다고 한다.


맥베스가 왕을 죽이자 맥베스 부인이 뒷처리를 하며 제2막 제2장이 끝나고 소리를 내던 문지기가 제3장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맥베스는 참극이기에 공포가 지배적이라서 문지기가 담당하는 익살꾼-광대 역할이 온전히 기능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다.

The first page of Macbeth, printed in the Second Folio of 1632 By William Shakespeare, Thomas Cotes (printer) and John Smethwick (publisher) - Folger Library Digital Image Collection,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독자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알고 있으리라. 맥베스 부부가 공모해서 던컨왕을 침실 속에서 죽인다. 그 직후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자 문지기가 두드리네, 두드리네, 웅얼거리며 등장해서 주정뱅이처럼 혀꼬부라진 소리로 실없는 말을 중언부언 뇌까린다. 이게 대조다. 대조라도 상식적인 대조가 아니다.

맥베스는 마녀, 독부, 흉한의 행동을 극명하게 묘사한 비극이다. 첫머리에서부터 읽어 문지기의 해학에 이르면, 어느새 독자의 마음에 일어나는 유일한 타성은 공포심 한마디에 귀착해 버린다. 과거가 이미 공포이며 미래 역시 공포일 것이라는 예측은 저절로 스스로를 옭아매 다음에 나타날 어떤 사건도 으레 이 공포심과 관련시켜 해석하려고 한다.

맥베스를 읽는 사람 역시 공포심이란 한 마디의 노예가 되어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대목까지 열심히 의심해마지 않는다.무엇이든 공포화하려고 조바심치는 그 앞에 나타나는 문지기의 막간극은 보통 막간극이 갖는 희극적 요소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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