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여섯 사람이 쓴 단편집 '나의 할머니에게'에서 가장 뇌리에 남은 건 손보미의 '위대한 유산'이다. 오래된 큰집과 피아노, 계급적인 갈등과 철없고 가엾은 아이가 있는 이야기. 다소 어색 살짝 과장된 느낌의 문체가 독특하여 호불호가 갈리겠다.

I am Going to See Grandma (aka Mrs. Chase and Child), 1889 - William Merritt Chase - WikiArt.org






성인이 되어 유산으로 물려받은 할머니의 집을 처분하러 돌아온 ‘나’는 이제 자신의 소유가 되었음에도 "침입자라도 된 것 같은"(116쪽) 기분에 시달린다. 이처럼 한집에 살았지만, 누구도 거기에 속하지는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텅 빈 가계도인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그 집이 불길에 휩싸이며 타버릴 때, 이 거대한 집의 주인으로 가계도의 정점에 있던 할머니는 어쩐지 종이호랑이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더불어 소멸해가는 집을 바라보는 ‘나’와 아주머니가 후련해 보이는 건 지나친 감정 이입일까. - 발문_황예인 · 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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