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즈음 김윤식의 '내가 읽은 박완서'와 박완서 단편집 '배반의 여름'을 읽었다고 북플이 알려줬다. 이 계절에 조응하는, '배반의 여름' 수록작 '겨울 나들이'(1975)를 다시 읽고 '내가 읽은 박완서'에 실린 김윤식의 평문도 찾아 보았다. 그는 이 소설 속 할머니를 이범선의 단편 '오발탄'의 할머니에 "필적"한다고 썼다. 그런데 내가 본 이 소설의 압권은, 한국전쟁 때 여인숙 가족이 겪은 과거의 참극과 사연 뿐만 아니라 현재의 현실을 스리슬쩍 소환하는 부분이다. 일주일 넘게  하숙집에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는다는 착실한 대학생인 여인숙집 아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겼을까? '겨울 나들이'가 나온 해가 1975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째 불길하다. 작품 안에 그런 암시는 없지만 가능한 추측 아닐까. (문지작가선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에도 '겨울 나들이'가 실려 있다.)

유현목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오발탄(1961) 


* 최민식 배우 낭독으로 이범선의 오발탄을 청취했다. 듣는 중에 살짝 졸리다가 넋이 나간 어머니가 가자! 하는 장면을 최 배우가 비틀린 목소리로 '연기'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박완서의 「겨울 나들이」(『문학사상』 1975년 9월호)는 매우 산뜻한 작품이다. (중략) 우리는 이 작품에서 6·25때부터 지금까지 고개를 흔들며 정결하게 살고 있는 노파와 그 노파를 모시고 유복자를 키우며 사는 며느리를 만날 수 있다. 숨은 아들을 모른다고 허구한 날 도리질을 하는 이 노파는 기실 이범선의 「오발탄」에 나오는 노파에 필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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