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어바흐와 슈피처는 모두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하고 중시하는 민족주의적 전통에 바탕을 둔 세계시민주의적인 비교문학을 구상하였다. 말년의 아우어바흐는 자신의 시대를 ‘문헌학자들의 적기’로 선언하면서 세계문헌학을 제창한다. 그는 세계문헌학의 고향이 더 이상 민족이 아니라 지구이자 세계라고 주장함으로써 인문주의적이면서 세속적 비평의 이념을 정립한다.

 

슈피처 역시 ‘먼 것에 대한 사랑’을 문헌학자의 모토로 설정함으로써 문헌학에 내재한 비교문학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그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자문화에 대한 거리 두기, 타문화와의 내적이고 열렬한 씨름 없이는 문헌학이 진정한 문헌학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헌학적 행위의 기초는 바로 말에 대한 사랑이며, 그것은 타자의 텍스트의 살갗에 접촉하는 경험이다. 세계문학의 거시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비교문학 연구자들이 힘들고 더딘 ‘근거리 읽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모레티의 주장은 비교문학의 목적이 담지하는 중요한 윤리성을 놓칠 수 있다. 즉 타자의 언어에 밀착하여 독해하는 경험은 그 타자의 세계관과 상상력을 배우는 중요한 경험이며 세계화 시대에 이 경험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런 의미에서 스피박은 문헌학의 근거리 읽기의 장점은 계승하되, 이 근거리 읽기의 대상을 서구 정전이 아니라 세계문학계에서 주변화된 언어와 문학들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언어에 묶인 인문주의’의 유산은 앞으로의 비교문학에서 반드시 계승되어야 하는 문헌학의 유산이라 하겠다.] (이경진, 비교문학에서 본 독일 문헌학의 현재적 의미- 아우어바흐와 슈피처를 중심으로, 비교문학 2014, vol., no.64, pp. 111-132 (22 pages) 초록)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92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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