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미네 히데코가 주인공으로 열연하는 ‘부운’과 ‘방랑기’는 제목에서부터 안정, 가정에의 안주, 정착이라는 개념을 모두 거부하고 있는 나루세의 대표작들이다.
두 편의 영화는 일본 전국을 방랑하며 생활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반영하여 특별한 작품세계로 발전시킨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방랑의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의 방랑이 개인적인 자유를 위한 그들의 선택으로 여전히 제도권 안에 위치한 삶의 연장인 것과 달리 여성들의 방랑은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것으로 국가와 법의 보호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루세의 여성에 대한 관심은 영화 속에서 나루세적 새로운 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등 전통적인 가족제도 속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거부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이와 같은 가족제도에 대한 거부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형태로 자주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방랑이란 생활의 터전을 찾아, 혹은 인생의 깨달음을 위해 자유롭게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행위를 일컫는다.
방랑이 남성에게만 국한된 행위는 아니지만 방랑이 가족제도를 벗어나 일어나는 행위임을 생각할 때, 가족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국수주의가 강화되던 시기에 여성에게 주어진 가정 내의 역할에 도전하면서 행해지는 여성의 방랑은 남성의 방랑과 다르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방랑기와 부운에서 두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의지라기보다 사회적 제도의 억압 때문에 방랑을 시작한다.
그녀들이 방랑하며 남자들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자기 타락의 성적 방종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일본 사회가 여자에게 강요해왔던 억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834514 나루세 미키오 영화 속의 방랑하는 여성들- 부운 浮雲(1955)과 방랑 放浪記(1962)를 중심으로, 정수완(2013)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 속 다카미네 히데코의 얼굴에 대하여]http://cine21.com/news/view/?mag_id=83524
부운 포스터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