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작가를 첫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으로 먼저, 처음 접했다. 겨울에 계절독서를 하면서 제목을 보고 택했다.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은 첫 소설집보다 먼저 나온 임 작가의 첫 시집인데(시로 등단했다) 요새 날씨가 워낙 찌뿌둥하여 이 시집의 제목에 또 끌렸다. 첫 소설집은 겨울에, 첫 시집은 여름에, 둘 다 제목으로 인해.
이 시집에서 소설집을 연상시키는 시를 발견하여 반갑다. 4부로 구성된 시집의 마지막 4부는 네 개의 시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첫 시가 '가장 남쪽'인데, 그 안의 마지막 부분에 '냉동실에서'란 (소)제목이 달려 있다. 바로 그 '냉동실에서' 전문을 아래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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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서
냉동실을 열다 먹다 남긴 수육을 들고 냉동실을 여니
어젯밤에 만든 눈사람이 들어 있었다. 작은 눈사람을 손 위에 올려보았다.
차가운 사람은 차가운 곳에 있어야 하지. 조금 더 차가운 곳으로 눈사람과 나는 걸어갔다. 내 시체들과 더 오래 살아가기 위하여
남쪽으로 더 차가운 남쪽으로
펭귄은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대.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더 적이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뿐이래.
너무 차가워진다면 죽은 것들처럼 살을 꼬집어도 아프지 않겠다. 깨어 있어도 꿈꾸는 것 같겠다.
- 가장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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