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흥미가 많은 이 여성은 매사를 수학의 한 영역인 기하(幾何)의 중심 이론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사람의 심리와 기하는 전혀 다른 기반 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잣대로 해결하고자 한다. 화자는 인간의 마음에는 적용할 수 없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설득시키고 있지만 도무지 소통이 되지 않는다. 결국 단순한 유형의 이 여성은 육체가 건강하고, 인간사의 복잡다단을 통찰하는 화자는 늘 병치레를 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이처럼 인생이란 다양한 인간들이 얽혀 관계를 맺고 제각기 주의주장을 펼치는 무대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희극 내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말할 수 있다.]출처: 김난희, 나쓰메 소세키의『유리문 안(硝子戸の中)』론 - 말기의 눈에 비친 생의 불가사의 - (2019)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442986#none


반니의 나쓰메소세키 산문집 '긴 봄날의 짧은 글'은 나쓰메 소세키가 신문연재한 '유리문 안에서'와 '긴 봄날의 짧은 글'을 합친 단행본이다. 아래에 이 책의 '유리문 안에서' 중 열여덟번째 글로부터 옮겼다. 신경쇠약과 위궤양 등에 시달리던 병약한 나쓰메 소세키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방으로 안내된 한 젊은 여자가 물었다. "제 주변이 도무지 제대로 정리가 안 돼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디 깔끔한 집이라도 구해 하숙이라도 하시면 되겠네요." "아뇨, 집 얘기가 아니라 머릿속이 제대로 정리가 안 돼 힘들다고요."

"외부에서 뭐든 머릿속으로 들어오지만 그게 마음의 중심과 절충이 되지 않아요." "당신이 말하는 마음의 중심이 대체 어떤 건가요?" "어떤 거냐 하면 똑바른 직선이에요." 나는 이 여자가 수학에 심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의 중심이 직선이란 말은 당연히 내게는 의미가 통하지 않았다. 더욱이 중심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 선생님의 마음은 그런 점에서 보통 사람보다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게는 그렇게 보였어요. 내장의 위치까지 잘 정돈되어 있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어요." "내장이 그렇게 잘 조절되고 있다면 몸이 이렇게 내내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몸이 아프지는 않아요." "그건 당신이 나보다 훌륭하다는 증거입니다." 여자는 방석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건강관리 잘하세요." - 유리문 안에서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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