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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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화된 '드라이브 마이 카'와 '기노' 외에는 '예스터데이'와 '독립기관'이 재미있다. 마침 요새 내가 데카메론을 읽고 있어서 더욱이 이 책이 하루키식 데카메론 또는 천일야화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셰에라자드'란 단편이 실려 있듯이). 다만 하루키의 소설 속 남성이 가진 여성관은 심히 옛스럽다. 이성애자 남성에게 여성이란 교제의 대상이고 없으면 아쉬운 타자일 뿐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배경만 바꾸면 옛날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완강한 남성문학이다. 표제작인 마지막 수록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주인공 남성과 사귄 여성들 중 셋이나 자살했다는 설정은 대체 무엇인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썼을까? 물론, 세상에는 자살이 존재하고 제 손으로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설명이 있건 없건 간에 소설에 굳이 자살을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괴담인가? 남성생존자가 여성자살자를 두고 감상에 젖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니, 뒷맛이 시큼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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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6-22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자유롭고 시크한 이미지이지만 글을 보면 보수적이라고 여깁니다. 시크한 보수랄까. 소설도 에세이도. 근래에도 어떤 에세이를 보고 어째 이래 생각하나 싶어 놀랐어요.
저도 독립기관이 제일 좋았어요.
하루키식 천일야화, 좋은 비유네요 ^^
영화 만들고 싶게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하루키식 독특한 매력을 무시할 순 없나 봅니다.

서곡 2022-06-22 19:19   좋아요 2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데카메론에 남성의 구애를 무시하거나 배신하고 벌받는 여성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루키의 이번 작품집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네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나 우리 나라의 버닝을 봐도 그러하듯이, 하루키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져와 세계관을 덧입히는 작업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