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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화된 '드라이브 마이 카'와 '기노' 외에는 '예스터데이'와 '독립기관'이 재미있다. 마침 요새 내가 데카메론을 읽고 있어서 더욱이 이 책이 하루키식 데카메론 또는 천일야화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셰에라자드'란 단편이 실려 있듯이). 다만 하루키의 소설 속 남성이 가진 여성관은 심히 옛스럽다. 이성애자 남성에게 여성이란 교제의 대상이고 없으면 아쉬운 타자일 뿐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배경만 바꾸면 옛날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완강한 남성문학이다. 표제작인 마지막 수록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주인공 남성과 사귄 여성들 중 셋이나 자살했다는 설정은 대체 무엇인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썼을까? 물론, 세상에는 자살이 존재하고 제 손으로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설명이 있건 없건 간에 소설에 굳이 자살을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괴담인가? 남성생존자가 여성자살자를 두고 감상에 젖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니, 뒷맛이 시큼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