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엽의 '청춘을 불사르고'에 나오는 내용인데 김일엽은 어릴 때 윤심덕과 같은 동네에 살았나 보다. 일엽은 심덕이 등교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나이는 일엽이 한 살 위다. [네이버 지식백과] 윤심덕 [尹心悳] (한국근현대사사전, 2005. 9. 10., 한국사사전편찬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0015&cid=62048&categoryId=62048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2861&ref=A 2022년 4월 30일 뉴스 (윤심덕 미공개음반 발견)

다홍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고, 해죽해죽하며 우리집 앞을 지나 학교로 걸어가는 윤심덕이를 볼 때마다 나는 너무나 부러워서 멀거니 바라보느라고 정신이 완전히 팔려버리던 먼 옛날의 일이, 생각할 때마다 떠오른다.

나는 심덕이가 자유롭게 학교 가는 것이 너무나 부러워서 엄마가 홀앗이로 젖먹이 내 동생을 내게 업히기 위해, 당신도 나를 하루 바삐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벼르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꾸 미루는 데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내 나이는 만 아홉 살. 어떻게 하루 바삐 학교에 입학하게 될까 궁리하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궁리궁리 끝에 나는 생전 처음 엉뚱하고 대담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 업은 채 심덕의 뒤를 따라가서 간청한 결과, 심덕의 청으로 입학하게 되는 꾀를 내었다.

"아이를 업고 학교에 구경을 갔는데, 학교 못 가는 내 사정을 듣고 심덕이가 말해줬어요. 아이 보는 아이도 아이만 내려놓으면 학교에 못 다닐 리가 없다면서 우선 아이를 업고 입학부터 하라고 해요."

할수없이 엄마는 허락하게 되었다. 나는 심덕의 은혜를 깊이 느끼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결석하는 날은 없었다. 늦잠을 잔 날, 밥마저 늦으면 걸어서 그냥 눈을 집어 얼굴을 씻으며 학교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내가 아랫반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런 심덕이는 수완이 좋고 사건에나, 일에나, 교제나 다 능란하고 부모님에게도 효성스러웠다. 13, 4세부터 그 부모와, 자기와, 자기 형제의 옷을 다 꿰매고, 조석도 다 책임지면서도 여전히 학교에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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