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uras, 1993 - Menez - WikiArt.org


오늘날 어떤 마법사들은 찻잎이나 잔 밑바닥에 남은 커피 찌꺼기에서 운명을 알아내며, 나무들, 비, 잉크 얼룩 혹은 계란의 흰자위에서 운명을 읽어내는 마법사들도 있다. 또 단순히 손금이나 유리 구슬로 점을 치는 마법사들도 있다. 마구쉬는 그가 거처하는 숯 창고 앞에 위치한,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에서 운명을 읽어낸다. 이웃한 건물에 달려 있는 여섯 개의 커다란 창과 열두 개의 작은 창들은 그에게 카드 장이나 매한가지다.

"창문에 너의 운명이 나타나는 즉시 누군가가 그 운명을 대신 살도록 하는 게 더 현명한 처사야. 나중에 너의 운명이 너를 찾아 헤매게 해서는 안 돼. 운명은 인육의 맛을 아는 호랑이처럼 주인을 노리거든." 마구쉬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 "아마도 언젠가는 창문에서 너의 운명과 관련된 영상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내가 죽게 되는 거야?" 나는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꼭 그런 건 아니야. 넌 운명 없이도 살 수 있어." 마구쉬가 대답했다."하지만 개들조차 운명이 있잖아." 내가 항변했다." 개들은 운명을 피할 수 없어. 순종적이니까."

마구쉬의 운명은 언제나 나를 매혹시키고 나의 운명은(아무리 보잘것없어도) 그를 매혹시킨다. 하지만 결국 우리 두 사람에게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그건 우리의 운명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한 계속해서 그 집 창문을 바라보며 우리의 운명을 남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 마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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