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적할 서사도, 꿰어맞출 조각들도 없어야 했다. 약간의 호기심이라도 생긴다면 내 정신을 깨끗이 비우고 연상작용을 제거하며 뇌와 눈과 신경과 심장의 세포를 신선하고 새롭게 하려는 내 임무에 방해가 될 터였다.

나는 정신을 굶겨 엇나가게 했다. 느끼는 것이 점점 줄었다. 말이 떠오르면 머릿속으로 그 말을 했고, 말들의 소리에 아늑하게 안겨 그 음악에 취했다.

문에 귀를 대고 들어봤지만 들리는 거라곤 내 얕은 호흡, 눈을 깜빡이는 소리, 입에 침이 고이는 소리, 침을 삼킬 때 목구멍에서 울리는 소리뿐이었다.

젖은 도로 위를 달리는 타이어 소리. 창문이 열려 있어서 그 소리가 들렸다. 달콤한 봄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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