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 알게 된 이후 리바는 시도 때도 없이 가정에 근거한 얘기를 늘어놓고 망상과도 같은 연애 감정을 끝없이 묘사했는데 그건 내게 일종의 자장가가 되었다. 리바는 내 불안에 자석 같은 역할을 했다. 내게서 불안을 쏙 빨아냈다. 그녀가 근처에 있으면 나는 불교의 선승과 같았다. 두려움도 욕망도 보통의 세속적 관심도 전부 초월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지금을 살 수 있었다. 과거도 현재도 없었다. 생각도 없었다. 그녀의 모든 허튼소리에 좌우되기에는 내가 너무 진화했다. 그리고 너무 냉담했다.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 하고 우울함이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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