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구겨진 침대 시트 같은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고 오후 중반쯤이리라 추측했다. 로비에서 폭풍우에 유의하라는 수위의 인사를 무시하고 밖으로 느릿느릿 걸어나가 도로를 따라 걸었다. 보도 위와 도로 경계에 높이 쌓인 눈더미들 사이로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했으나 공기는 사납고 축축했다. 눈이 더 내리면 도시 전체가 파묻힐 것 같았다. 길모퉁이에서 스웨터를 입고 씰룩거리며 걸어가는 포메라니안 한 마리와 그 돌보미 옆을 지나쳤다. 개가 다리를 하나 올리고 판판한 유리처럼 얼어붙은 보도 바닥에 오줌을 누는 모습이 보였고, 뜨거운 것이 치익 하며 얼음을 녹이는 소리가 들렸다. 얼음 안에 뚫린 둥근 공간에서 잠시 김이 오르다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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