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소설집 '여름의 빌라'에 실린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창작과비평』 2019년 봄호 발표)가 2020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하성란 작가의 본심 심사평으로부터 일부 옮긴다.

Mistress of the House, 1896 - Konstantin Korovin - WikiArt.org






수상작으로 결정된 백수린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으면서 놀랐다는 것부터 고백해야겠다. ‘고요한 사건’에서부터 이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어왔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사건’ 속 "문고리만을 붙잡은 채 창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새하얀 눈송이"를 황홀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의 모습 위로, 어느새 문밖으로 뛰어나가 건물 잔해 위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욕망과 대면하고 있는 희주의 모습이 겹쳐졌다. 작품의 완성과 함께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는 동료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P402

심사과정 중 이 소설의 소재가 주는 기시감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 소설이 언급되기도 했다. 한때 감탄하며 읽은 소설들이었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위악적이거나 자학적일 수밖에 없었다. 학습되고 체득된 모성애와 그에 따른 죄의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 P403

작가는 죄의식의 그림자가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낯선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으면서야 나는 여성으로서 불온하다는 손가락질에 눌러왔고 숨겨왔던 내 욕망에 대해 비로소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 완성’에 깊은 축하의 말을 보낸다. (하성란)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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