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소설집 '여름의 빌라'에 실린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창작과비평』 2019년 봄호 발표)가 2020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하성란 작가의 본심 심사평으로부터 일부 옮긴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백수린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으면서 놀랐다는 것부터 고백해야겠다. ‘고요한 사건’에서부터 이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어왔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사건’ 속 "문고리만을 붙잡은 채 창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새하얀 눈송이"를 황홀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의 모습 위로, 어느새 문밖으로 뛰어나가 건물 잔해 위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욕망과 대면하고 있는 희주의 모습이 겹쳐졌다. 작품의 완성과 함께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는 동료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P402

심사과정 중 이 소설의 소재가 주는 기시감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 소설이 언급되기도 했다. 한때 감탄하며 읽은 소설들이었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위악적이거나 자학적일 수밖에 없었다. 학습되고 체득된 모성애와 그에 따른 죄의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 P403

작가는 죄의식의 그림자가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낯선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으면서야 나는 여성으로서 불온하다는 손가락질에 눌러왔고 숨겨왔던 내 욕망에 대해 비로소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 완성’에 깊은 축하의 말을 보낸다. (하성란)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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