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이제 나무 밑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놀지 않는다. 목련은 나무를 타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마음껏 뛰어다닌다. 가지를 딛는 발바닥은 유연하고 햇빛에 그을린 이마는 탄탄하다. 목련은 나무에 매달려 뛰노는 이파리 중 가장 푸른 이파리다. 엄마라면 당장 가서 눈을 맞추어보고 싶어 못 견딜 만큼, 목련은 거침없이 자라는 중이다.

"너는?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나무가 목련을 감싸며 몸을 숙인다. 나는 관이 되고 싶어. 배 모양의 관. "배 모양을 한 관...... 왜?"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강을 건너가니까.

가장 빛나는 한 사람을 태운, 그런 관이 될 거야.

목련은 입술을 문다. 그래, 나한테는 나무가 있어. 목련한테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나무. 목련한테 모든 것인 나무. 목련은 그 나무와 사랑을 확인했다. 목련은 나무의 촉감, 나무의 선, 나무의 냄새를 떠올린다. 나무를 생각하자 목련은 든든한 자신감이 차오른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해야 제 어머니가 개의 몸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 목련정전

‘목련정전’에 나오는 배 모양의 관을 생각하게 된 건 ‘주형석관’에 대해 쓴 강우방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관을 배 모양으로 만든다는 것, 배 모양을 한 관이 정말 형상으로 남아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당장 앉아서 긴 글을 쓸 수 있을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을 만나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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