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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나는 정말 뼈속까지 인문계열 성향이다. 그런 인문계열 성향을 가졌음에도 나는 심리학에는 관심이 정말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심리학이 왜 중요한지를 깨달아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케팅적 측면에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심리학은 정말 필요한 학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혹하는 이유>도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책이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말 방대한 역사적 자료 및 통계적 자료 등을 모은 작가의 역작이다. 우리가 왜 개소리에 혹하는지, 이는 곧 유튜브로 인해 정보 접근이 거의 무한대로 가능한 요즘 왜 거짓뉴스에 혹하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답들이 제시되어 있다. 약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정말 재미있게 술술 읽혀지는 책이다.
사람은 불완전한 동물이다. 심리학에 의하면 인지적 오류, 합리화의 오류, 편향 오류 등 많은 것들로 인해 동일한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선택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사람들을 선동할 수도 있다.
책에는 와인실험이 나온다. 동일한 화이트 와인 2잔 중 하나에는 색소를 넣어 레드와인처럼 보이게 한 다음 전문가들에게 시음을 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색소를 넣은 와인을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맛은 별 차이가 없는 같은 와인인데도 말이다.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더 고급스럽다는 편견에 기인한다.
펩시콜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케팅을 해도 코카콜라를 이길 수 없어서 일명 '블라인드 테스트'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대한 정보를 없애고 잔에 부어서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한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 코카콜라보다 펩시콜라가 맛있다고 말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펩시콜라는 이 실험을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서 매출을 느렸지만 사람들에게 이미 각인되어 있는 인식을 다 바꾸지는 못했다.
개소리는 사람의 지식 수준과 상관없다고 말한다. 배움이 많고 경험이 많다고 해서 개소리를 잘 판별할 수는 없다고 한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엘리트들이 많은 객관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개소리에 홀리는 경우들이 정말 많다고 한다.
개소리는 지식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나 믿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태도나 믿음이 우리의 의사결정력을 많이 좌우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나 네트워크 다단계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분야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여러 종교나 다단계 업종에 몸을 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개소리는 언어가 생겨난 순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사실 남을 비방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나쁜 말들이 개소리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나쁜 말들이 결국은 사실이 아닌 말들을 지어내고, 이 사실이 아닌 말들을 믿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의 특성들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 심리학적인 이론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특성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은 이런 개소리가 난무하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는 거짓뉴스는 정말 심각하다. 오죽했으면 거짓뉴스에 대한 처벌을 법으로까지 만들려고 할까? 단순한 개소리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짓뉴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심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번은 꼭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저자는 개소리를 구별하고 혹하지 않기 위해서는 통계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를 하라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개소리에 노출되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 개소리를 판단하는 5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체크리스트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비판적 사고에 능숙한 사람들은 개소리에 노출되었다고 의심하거나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개소리에 근거할 가능성이 있을 때 다섯 가지 유형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1. 데이터 수집
나는 주장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올바른 유형, 분량, 수준의 정보를 획득하고 검토했는가?
2. 편견 인식
증거를 평가하기 전에 내 감정적 반응을 근거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추측하는 태도를 자제하면서 주장이나 주장에 함축된 뜻을 객관적으로 살폈는가?
3. 편견 최소화
나는 모든 가정이 합리적이거나 잘못되었거나 부당한 정도의 주장의 입장, 논거, 결혼을 정확하게 식별했는가? 주장을 거스르는 증거와 뒷받침하는 증거를 공정하게 평가했는가?
4. 결론의 타당성 평가
다각적이고 독립적인 관점이나 출처를 갖춘 증거가 제공한 논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검토했는가?
5. 구상과 적용
나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에 근거하고, 제대로 추론하고, 합리적으로 도출한 결론을 설득력 있는 논거로 제시할 수 있는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