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 마음이 마음을 잇다
김경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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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다. 가족과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 시간은 마음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사실 시간이 없지는 않을진데.



나에게 있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친구와 가족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경영서나 자기계발서 외에는 다른 책을 읽지 않는 것 또한 마음의 여유와 관련되어 있다.



시를 읽기에는 너무나 가벼울 것 같고, 행간의 의미를 찾아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문학작품 같이 긴 산문은 진짜 읽을 시간이 없다. 저자가 표방하는 에세이시는 이런 나에게 적당한 작품이다. 시를 읽기에는 너무 가벼운, 긴 에세이를 읽기에는 여유롭지 못한 나에게 말이다.


마치 만해 한용운 시인의 '님은 갔습니다'를 음미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와 에세이를 같이 읽는 쾌감이라고 할까? 시라 하기에는 조금 긴, 에세이라 하기에는 약간 짧은 에세이시는 참 매력적이다. 술술 잘 읽힐 뿐더러 마음을 잘 움직이는 듯 하다.




첫 눈



이제 그만 애를 태우고 와 줬으면 해.


올 때를 넘기고도 오지 않으면


걱정보다는 서운함이 앞서게 되거든.


기다림은 길어지면 불쾌함으로 변질되기도 해.


쓸데없이 오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쏠렸던 관심이 태만해지거든.



겨울이 한창이야. 올 때가 훌쩍 지났어.


숫눈, 도둑눈, 싸락눈, 발등눈,


가루눈, 날린 눈, 진눈깨비, 함박눈


오는 것이 보여야 첫눈이야.



- P105




시같은 에세이다. 첫 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기다림으로 전이된다. 애를 태우는 그리움이 때를 넘기면 불쾌함이 되어 쓸데없는 오해를 만들어 낸다. 첫 눈이라는 시에 사람관계를 너무나 잘 녹여놓은 듯 하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에세이처럼 기록해 놓은 작가의 에세이시집은 마음을 정화해주는 글로 가득하다. 정말 우리 일생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들, 사건들,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들로 가득하다. 한 편 한 편이 작가의 독특한 경험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서 좋다.




브런치의 아침 - 글쓰기를 놀이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브런치 작가라는 명패를 쓰기 전과 글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떠오르는 소재가 생기면 그때그때 짬을 내 글을 썼다. 이제는 오늘은 어떤 글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글쓰기의 즐거움에 전율을 한다.



(이하 생략)



P163 ~ 164



에세이같은 시다. 사실 에세이에 가깝다. 작가는 에세이같은 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좋다. 가볍게 한 소절 시를 음미하다 보면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가 등장한다. 정말 새로운 형태지만 책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작가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받으면서 글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언제나 어렵다. 물론 편견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하고, 사전 준비도 해야 한다.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 또 글을 써본다. 언젠가 작가처럼 글을 쓰는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전율을 느끼는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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