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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랑이 되어 줄게
김두룡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시는 빨리 읽지 않아야 한다. 시는 우리 삶의 고비마다, 읽을 때마다, 상황마다 읽히는 마음이 다르다. 같은 시를 10년 전에 읽을 때와 10년 후에 읽을 때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다르다. 너무나 숨가쁘게 살아온 내게 시집이 눈에 들어오는건 이제 조금 천천히 가면서 주위를 돌아보라는 뜻일게다.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시집을 아예 읽지 않았다.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올만한 시는 들려준 적이 있지만 감성시는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여유롭게 읽을 여유는 없지만 1~2개씩 늘려가다보면 시에 담긴 인생을 읽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김두룡 시인은 언뜻 시와 전혀 무관한 경영학 교수님이다. 경영학을 섭렵하고 인생 후반에 시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사는 분이라 생각된다. 시 제목 <너의 사랑이 되어 줄게>을 보면 언뜻 10대의 풋사랑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치열한 인생을 살아낸 중장년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시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시를 읽고 있으면 10~20대가 떠오른다. 거기에 담긴 철학은 40~50대인데, 시인의 감성은 아직 청년이다. 4계절에 따라 인생을 살면서 느껴지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오롯히 시인의 감성을 담았다.
시인의 계절 감성이 어찌나 내 감성과 그리 닮아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너무나 보편적인 정서로 녹여서가 아닐까? 시인만의 동떨어진 시적 감성을 고집하지 않고 잔잔하게 녹여내는 것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 시인만큼 인생을 살아내지 못했지만 그가 노래하는 감성은 이미 내 인생의 한 켠을 자리잡고 있다. 시는 공감이 중요한 것 같다. 딱히 어려운 말을 쓴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시가 어지럽지도 않은 것이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시를 읽으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결혼기념일
봄비 속에 갓 피어난
파란 새싹처럼
수줍은 듯 연둣빛 얼굴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하나 된
행복한 오늘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왔지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하기에는
당신의 고마움이
너무 컸나 봅니다
늘 사랑스러운 당신이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 가둬두고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을
모두 표현할 수 없었나 봅니다
딱 지금의 내 심정이다. 매일도 아니고 1년에 딱 한 번. 우리가 결혼하던 때를 생각하게 하는 결혼기념일. 그냥 단순한 기념일로 살아온 것이 10년 이상이다. 이제는 시인처럼 그 하루만이라도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가슴에 켜켜히 쌓아놓은 보이지 않는 사랑보다 표현하는 한 마디의 말이 더 소중함을 알기에.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면 내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 되고,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도 느낀다. 나아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