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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 - 대한민국 대표 변호사의 승소 전략
이미호 외 지음 / 박영사 / 2022년 4월
평점 :

법은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형사든 민사든 법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리면 정말 앞이 캄캄해진다. 일반인들은 평소에 판사, 검사, 심지어 변호사를 만날 일이 별로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들을 만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법으로 싸워야 하는 일이 안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인생은 늘 다양한 사건의 연속이다. 지금까지는 법과 멀리 떨어져 살았지만 사업을 하고, 인간관계의 폭을 늘려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법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렵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 <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아닌 언론사 법조팀 기자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실용서다. 저자도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도움이 될만한 사건들만 골랐다고 한다. 지적재산권 및 상표권, M&A 및 경영권 분쟁, 특허침해 및 무효, 손해배상, 형사, 행정, 국제중재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소송 사건을 다룬다.
법조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이슈를 중심으로 국내 유명 18개 법무법인의 사례를 담았다. 나같은 일반인들은 법정드라마를 보듯 재미와 흥미를 가지면서 읽으면 딱 좋다. 각 사례마다 준비과정과 승소의 결정적 포인트 및 결정적인 법조항 들이 언급되어 있어 로스쿨을 관련 학생이나 로펌 입사를 준비하는 졸업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중 내 관심을 끈건 망사용료에 대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관련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크게 되었던 사건이라 더 관심이 갔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하지는 않고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채무가 있다는 것만 인정된 판결이었다.
망사용료는 쉽게 말해 고속도로 통행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정당한 통행료를 내듯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사업자들에게 받는다.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이미 일정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 6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2019년 1월에 '킹덤'인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 사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 추산에 따르면 넷플릭스로부터 받아야하는 망사용료도 2017년 15억원에서 2020년에는 272억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의 원칙에 따라 인터넷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버티고 있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법무법인 대표까지 가세한 세종 드림팀으로 글로벌 기업에 맞서게 된다.
'망중립성'에 대한 논리를 '의료법'에 비유해 반박했다. 재판부는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가입자 사용료와 망사용료는 이중과금이라는 주장에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부과방식을 비유해 반박했다. 세계에서 한번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2014년 8월 켄 플로렌스 부사장이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뒤엎었다. 1심은 SK브로드밴드가 승리했지만 2심이 진행중이다.
콘텐츠 제공회사들의 망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과 국내 사업자와 달리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 해외 사업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승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각의 소송 사례마다 15~20페이지로 요약되어 있지만 변호사들이 밤낮을 치열하게 조사하고 준비한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 소송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핵심 승소전략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각 사례마다 하나의 법정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듯 하다.
주위에 아는 변호사가 있으면 든든하다. 나와 관련된 사건이 없더라도 말이다. 아는 변호사가 없다면 이 책과 같은 법률 사례를 숙지하고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법률 관련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