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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결혼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그러나 이혼은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것 같다. 필자의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럴 것도 같다. 결혼의 시작과 끝은 법적인 부분으로 인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이혼은 결혼의 끝이지만 딱히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말이다.
필자는 이혼을 하고 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받으면서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그냥 위로와 격려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혼을 꼭 해야만 했는지를 따지는 것일까? 나는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만 안다는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남들이 보는 시각과 부부 사이에 인식 되는 시각은 정말 다른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선량하고 좋아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부부 관계에서 가해자인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이혼을 할 경우 정말 피해자인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혼이 꼭 피해를 주고 받은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정해져 있지 않아도 이혼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필자는 34살에 이혼하면서 겪은 이혼 전, 이혼 과정, 그리고 이혼 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나간다. 왜 이혼을 했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혼을 하고, 어떻게 나를 찾아가는지를 적어 나가는 것이다. 사실 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혼을 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물론 법적인 이별은 쉽다. 가정법원을 방문하고 법원에 판단에 따라 공식적인 서류를 정리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따라오는 현실적인 이별, 정서적인 이별, 물리적인 이별, 그리고 진짜 엔딩이다.
나도 2년 전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나의 경우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아직도 나는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 아내의 갑작스런 이혼 통고에 미안한 마음이 많았고 내가 딱히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는채 이혼을 받아 들여야 했다.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지금도 2주일에 한 번씩 아들들을 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마도 정서적인 이별이었다. 법적 이별과 물리적 이별은 가장 쉬운 순간들이었다. 문제는 정서적 이별부터 현실적 이별이었다. 지금은 간혹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자문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다. 필자의 말대로 "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다정한 사람이 이혼하는 법'을 읽으면서 어찌나 나와 오버랩되는지 약간의 감정이입을 했다. 갑작스런 이혼 통보에 화도 내보고, 따져도 보고, 매달려도 볼 수 있었지만 그냥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그 사람의 감정을 살피면서 끝냈다. 법원에 갈 때도 그 사람의 일정에 맞춰주고 불편하지 않은지 살피는 내 자신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필자처럼 나도 끝까지 다정하게 이혼하고 있었다. 이혼에 다정함이 어디 있겠냐마는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이 강해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존의 인연을 끝내고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또 다른 결혼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마음이 잘 맞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이제 결혼은 내게 반드시 필수는 아니다.
남은 후반기, 이제는 정말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