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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16/pimg_7905012073413957.jpg)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이라 고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2가지 사건을 통해 목소리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목소리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도 바뀔 수 있음을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때 웅변부 동기를 통해서다. 점심 때마다 학교의 작은 동산에 올라 단체로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른지 몇 달이 지난 후 그의 목소리는 청명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매력적인 목소리로 바뀐 것이다.
두 번째는 즐겨보던 개그 프로를 통해서다. 유명한 개그맨들이 다양한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대모사가 그것이다. 그들은 성대모사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자연 소리와 기계음도 자유자재로 흉내내는 것이었다. 이런 사건을 통해 목소리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랜동안 잊고 살아왔는데, 신간 소식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심층 분석하고 나의 이 믿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이 나와 바로 선택했다.
저자는 자신의 성대 손상 경험으로부터 목소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단순한 목소리 연구에서 벗어나 언어학, 인류학, 인문학, 뇌과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저자는 인간의 목소리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인간 개인마다 독특한 특성을 대변하는 정체성이라고 주장한다.
막 태어난 아기가 동물처럼 소리만 내다가 어떻게 목소리를 인지하고 말을 배우는지 알려준다. 목소리는 어디서 왔는지, 성별에 따라 목소리가 왜 달라지는지, 속한 문화에 따라 목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목소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목소리는 사춘기에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발달한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짝짓기 및 번식과 관련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추론이 가능한 뿐이다. 다윈에 의하면 짝을 유혹하거나 같은 성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제압하려는 목적에 의해 목소리의 차이가 발생한다.
문화사회적인 영향에 따른 목소리의 변화는 버나드 쇼가 쓴 <피그말리온>을 통해 알 수 있다. 쇼는 자신이 태어난 사회 계층에 따라 사람의 억양이 바뀐다고 말한다.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억양은 전적으로 그 사람이 속한 집단 및 계층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목소리는 인간이 사회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목소리는 리더십과 설득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특히 링컨의 대중연설은 미국을 크게 바꾼 연설로 현대 미국의 정치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 링컨과 더글라스의 연설 대결에서 목소리의 영향력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더글라스의 목소리는 위엄 있고, 크고 낮은 목소리였고, 링컨은 귀에 거슬릴 정도로 고음에 중간 중간에 끊기는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이 계속되면서 높고 째지는 링컨의 목소리는 청중의 뒤편까지 뚫고 들어가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더글라스는 마지막에 후두염에 걸리고 만다.
실제로 링컨의 목소리보다 그에 담긴 정의감이 승리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연설이 진행되면서 링컨의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좀더 친화적으로 다듬어지게 된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웅변술과 수사학 원칙에 따라 목소리를 변화시킬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평소 진화와 관련된 학문을 즐겨 읽었다. 진화심리학, 진화사회학 등 진화에 따른 인간의 발전 및 심리 변화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이 책은 목소리에 대한 진화적 관점이 흥미를 더해준다.
특히 아기가 성장하면서 목소리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돋보인다. 또한 성별에 따른 목소리의 분화 현상, 사회 및 계층에 따란 말하는 방식과 목소리가 달라지는 부분은 흥미롭다. 목소리만으로 그 당시 사회계층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니 말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들의 목소리 사용방식에 대한 연구는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목소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목소리는 바꿀 수 있다. 그것도 매력적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는 스스로 평범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목소리에 변화를 줘볼까 고민하게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