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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평점 :
나는 산이 많은 산촌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바다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라면서 산에 가면 마음의 평화로움을 얻었고, 바다에 가면 항상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을 느끼곤 했다. 자라면서 육고기보다 나물과 생선을 많이 먹으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가 이 책을 접하면서 바다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사회학을 전공하고, 국내에서는 생소한 어촌 사회학을 연구해온 학자이자 여러 권의 바다 관련 책을 저술한 저자다. 30년 이상을 섬과 바다를 돌면서 섬살이와 갯살림을 하며 섬과 어촌, 그리고 바다 연구에 심취한 말그대로 바다 전문가다.
<바다 인문학>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 아니러니하게도 나의 흥미를 더 끌었다. 바다에서 나는 어족 자원을 아무 생각없이 소비만 하는 내게 이 책은 바다와 그 바다를 대표하는 생물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여 주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산물 소비량도 일본과 노르웨이를 넘어 세계 1위라고 한다. 정말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하는 것이 어류가 아닐까 싶다. 명태, 조기 등은 이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 서해에서 많이 잡히던 조기는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바다는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대륙붕이 발달하지 않아 조석보다 해류의 영향이 크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발달해 해류보다 조석과 조류의 영향이 크다. 서해는 다른 바다보다 내륙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큰 강이 많아 섬이 많고 주변에 갯벌이 잘 발달했다. 남해는 섬이 많으며 조석과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다의 특성과 해안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바다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도 다르다. 저자는 이런 물고기들을 통해 바다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의 변화, 어민들의 삶, 슬로피시 등을 다룬다. 말 그대로 바다에 녹여낸 인문학이다.
특정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도 있지만 3개의 바다에서 모두 서식하는 물고기도 있지만 저자의 견해에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문화적인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지역을 대표하는 물고기로 다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숭어는 모든 해역에서 서식하지만 다양한 음식문화를 형성하는 서해를 대표하는 물고기로 선정했다.
생선을 좋아하고 매일 접하기는 하지만 사실 어느 바다에 살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동해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은 명태, 가자미, 청어, 고등어, 도루묵, 아귀, 서해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은 조기, 웅어, 민어, 홍어, 숭어, 병어, 남해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은 대구, 멸치, 전어, 삼치, 서대, 우럭, 제주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은 방어, 갈치, 자리돔, 옥돔이다.
거의 다 먹어본 생선인데 웅어, 병어는 좀 생소하다. 특히 정약용 선생이 극찬했다는 병어는 거의 모든 음식과 어울리는 생선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더해진다.
바다 물고기의 생태부터 서식환경을 다루고, 고문서를 통해 역사적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생선 이름과 관련된 문헌이 있으면 같이 소개해서 이름의 어원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물고기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그리고 생선과 관련된 식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심도있게 다룬다.
학자의 시선에서 바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다행히 어렵지 않게 읽힌다. 특히 명태와 조기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명태와 조기는 말 그대로 국민 생선인데 국산을 찾기가 힘들다고 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우리에게 흔한 일상이지만 이제는 소중한 일상으로 자리잡아가는 바다의 문화, 바다물고기와 관련된 식문화에 이야기다. 세상이 빨리 변하는 만큼 바다도 빨리 변한다. 소중한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것보다 탐욕스러움이 지나쳐 멸종 위기에 있는 어종도 많다. 슬로푸드에 버금가는 슬로피시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읽을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바다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이 아름다운 물고기와 식문화를 후손들이 즐기도록 이어주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닐가 깊이 반성하게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