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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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통해서 의미 있는 분을 만나게 되면 그 책은 오래도록 곁에 두게 된다. 이번에 만난 <김형석의 인생문답人生問答>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함을 가진 책이다. 100넘은 연세에도 저술 활동과 강연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김형석 교수가 저자라는 점이 특별하고, 출판사 미류책방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 미류책방이 2인 출판사라는 것도 특별하다. 1출판사는 종종 접하지만 2인 출판사는 처음 접해보았다. 한 그루 미류나무처럼 성장하고 싶다는 미류책방의 희망이 담긴 첫 작품은 많은 특별함이 반짝이는 보석 같은 인문학 책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100명이 던진 31가지 질문에 노老교수가 답하는 형식의 책이다. 하지만 31가지의 질문과 답이 너무나 특별해서 읽는 동안 짧은 철학 책을 접하는듯했다. 100년의 삶을, 100년의 지혜를 담백하게 담아낸 저자의 글에는 미사여구가 없어 진실함이 묻어났고, 그 속에 담긴 진솔한 삶과 솔직한 생각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첫 질문 Q 1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시작으로 마지막 질문 Q 31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로 끝맺는다. 평소에 문뜩 떠오르는 삶에 대한 질문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왜 독서가 필요한지? 또 종교는 왜 필요한지? 올바른 기도 방법은 무엇인지? 죽음은 어떤 의미인지? 또 사랑은 무엇이고, 행복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곁들여 재미나고 쉽게 들려주고 있다. 

   많은 질문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은 Q 20 우리 사회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이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선을 준비하는건지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건지 알 수가 없는 시점에 너무나 필요한 질문이었고 저자의 백년의 지혜를 맛볼 수 있었다. 지역간, 세대간 갈등을 넘어 이제는 젠더 간 갈등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의 인사들이 100년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라본다. 

   존경스러운 저자가 들려준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짙게 남아 맴돈다. 아마도 '행복한 삶'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들려준 행복의 바탕에는 '성실한 삶'이 있다.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다 보면 행복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행복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그냥 존재하는 것인듯하다.

p.34. 그렇게 본다면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찾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을 놓칠 수가 있어요. 욕심이니까요.

p.157. 행복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있어요. 그건 바로 '만족'입니다.

   그런데 죽음도 걱정 하나 없이 태연하게 이야기하던 노老교수가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다. 국제 사회에서의 '한글문화' 말살이다. 공산주의나 독재국가의 인문학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약소국의 인문학이 사라지고 있음을 걱정하며 우리 한글문화의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글문화를 번역하여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편안하게 읽으면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우리들 삶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책이다.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103세의 철학자에게, 윤동주 시인의 친구에게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의 벗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출간 첫 작품으로 이 책을 통해서 삶의 철학을 들려준 미류책방에게도 감사하다 전하고 싶다. 김형석 교수의 삶이 만들어낸 지혜와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꼭 잡아보기 바란다. 올 한 해는 이 책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얇지만 두툼한 삶의 향기를, 깊이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미류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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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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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나무의 장르소설 전문 브랜드 퍼플레인의 두 번째 작품을 만나본다. 두 번째 작품은 평행우주 속의 수많은 ''를 소재로 한<붉은 실 끝의 아이들>이다. 이 중편소설의 작가 전삼혜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를 통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번 만남이 더욱 반가웠다. 그 작품에서도 안타까운 이별로 슬픈 사랑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애끓는 사랑을 다시한번 불러온다.

     

   주인공 '유리'는 다른 우주에서 온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예지몽을 꾸는 초능력이다. 그런 유리에게 다른 우주 즉 평행 우주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다섯 명의 나.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시공간에서는 나, 유리인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유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각자의 별 지구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이들이 유리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유리에게 아주 중요한 임무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유리에게 지구 멸망을 막으라는 것이다. 

   자기들의 지구는 지킨 곳도 있고 지키지 못한 곳도 있지만 유리의 지구만은 꼭 지키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초능력으로 유리를 도와준단다. 이들이 가진 초능력은 정말 화려하다. 여러 평행 우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관측할 수 있는 '관측자'(베이), 시간을 5일까지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인과율자'(),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역중력자'(토토), 자신의 말을 진심이라 믿게 만들 수 있는'설득자'(토토) 그리고 신체의 일부를 다른 모습으로 변형할 수 있는'변형자'() 들이 유리를 돕겠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함께 읽은 고등학생 아이와 내가 뽑은 최고의 초능력은 두 갈래 선택지에서 언제나 정답을 택할 수 있는 '판단자'() 능력이다. 고등학생이 렌의 능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사랑은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해 주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유는 선택이 기본일 것이다.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집착이, 스토킹이 되는 것 같다. 애틋한 이별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또 다른 나, 렌이 나, 유리를 도와줄까? 어떤 선택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려줄까?

p.103. 바이러스가 아닌 사회적 불신이 일으킨 집단 패닉으로 도시 하나가 반쯤 와해되었다. - 베이의 경우.

   그런데 이렇게 능력이 출중한 '나'들은 왜 자신들이 나서서 지구를 지키지 않고 초급 능력의 소유자인 유리에게 지구를 지키라고 하는 것일까?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 유리와 인연이라는 붉은 실로 열결된 홍연자를 죽이는 것이다. 나의 홍연자를 죽인 지구들은 멸망하지 않았지만 그렇지 못한 지구들은 멸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에게 살인을 하라고? 너무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p.122. "저쪽도 이제 알 거야. 너랑 나처럼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나에게 지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두족류도 지상 동물들처럼 각자가 구별되는 존재라는 것도." - 진의 경우

   그리고 다른 '나'들이 들려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구 멸망의 원인은 대기 등의 환경파괴, 인종 차별 등의 차별인 것 같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배려와는, 사랑과는 벽을 쌓아버린 이들이 환경도 마구 파괴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나의 홍연자를 죽일 필요가 있을까? 나, 유리의 홍연자는 누구일까? 왜 그 아이를 죽여야 지구가 안전하다는 것일까? 유리의 홍연자 시아를 만나 시아에게 걱정을 들려주길 바란다. 시아가 가진 초능력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모르지만 꼭 시아의 초능력을 만나보길 바란다. 

"퍼플레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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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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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인문, 교양, 세계사 작가인 장혜영의 장편소설<유리 언덕>을 만나보았다.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인 도덕이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요동치는 인간의 심리 변화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도덕과 욕망의 계속된 충돌 속에서 선택적 반전이 이어진다. 

   도덕과 욕망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동안 한태주의 사랑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그 커다란 사랑이 욕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욕망 덩어리였던 한태주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이러니하다. 진정한 사랑의 힘이 원초적인 욕망을 누른 것일까?

 

   한태주는 현대문학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이다. 그리고 자신의 강의를 듣던 혜진을 통해서 사촌언니를 만나게 된다. 한태주의 삶을 바꾸어 놓은 운명적인 사랑이 바로 그녀 서다요이다. 작가는 한태주의 강의를 통해서 '유리 언덕'의 의미를 설명한다.

 

p.10.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 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욕망과 사회적인 도덕이 경합을 벌이는 심리적인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한태주의 도덕성은 한 번도 욕망과 다툰 적이 없는 듯해서 의아하다. 방학에 내려간 외할머님 댁 마을에서 동네 누나 고정애와 들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고는 서울로 올라와 완전히 잊고 산다. 도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고 평범한 삶과도 거리가 멀다. 그저 욕망의 늪에 빠진 삶이 보이는 듯하다.

    중고등학생 때라면 사춘기 소년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태주가 대학생 때 일이다. 거기에 석사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호텔에서 밀애를 즐기는 강바람도 있다. 서로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육체적 쾌락만을 즐긴다. 서로의 본명도 직업도 모른 체. 정말 도덕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인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서다요를 만나더니 도덕군자처럼 군다. 한 여인은 낙태했고 다른 한 여인은 태주의 아이를 갖기를 원하며 서다요 와의 만남 중에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몸을 섞는다. 유리 언덕이라는 뜻이 도덕과 욕망의 경계선이라면 주인공 한태주는 단 한 번도 도덕 쪽으로 발길을 준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러다가 서다요 와의 만남으로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는 것 같다. 도덕 쪽으로 발길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혀 도덕적인 삶을 살지 않았던 인물이 도덕적인 인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기성세대의 비이성적, 비논리적인 행동들이다. 참 어이없는 어른들이 많이도 등장한다. 이 소설의 갈등은 이들이 맡고 있는듯하다. 자신의 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납품권을 대가로 딸을 자폐아와 약혼시킨 아버지, 임신했다며 결혼하겠다는 딸에게 남편감이 아파트를 살 때까지는 승낙할 수 없다며 낙태를 종용하는 아버지, 의붓딸을 성폭행하고도 반성은커녕 '아버지'라는 호칭을 강요하는 아버지까지 진짜 '쓰레기'들의 대잔치 같다. 

    그런데 그중 압권은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젊은 남편 편을 든 엄마다. 무엇이 이들의 도덕적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을까? 기성세대와 젊은 학생들의 사이에 위치한 연령대의 한태주가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은 어쩌면 비도덕적인 기성세대에 합류할지 도덕적인 젊은 세대로 살아갈지 선택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도덕과 욕망,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이 소설에서 준비한 선택의 순간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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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아워 - 내 안의 의지 근육을 깨우는
에이드리엔 허버트 지음, 고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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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대표하는 자기계발 연사이자 TEDx 강연자로 동명의 팟캐스트 '파워 아워'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드리엔 허버트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자기계발법을 만나본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형 인간을 계획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일찍 일어나기만 한다고 새벽형 인간은 아닐것이다. <내 안의 의지 근육을 깨우는 파워 아워>를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새벽형 인간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시간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 관리에 앞서 왜 시간 관리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고 나에게 맞는 실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한 시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대를 저자는 기상 이후로 정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활용했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아 전달해 준다. 

   제목 '파워 아워(POWER HOUR)'의 뜻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의미가 단지 시간적인 이미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정신적인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p.15. 한마디로 파워 아워는 마인드셋이다. 언제나 기꺼이 선택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스스로 단련하는 것,그리하여 인생의 목표에 좀 더 집중함으로써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파워 아워의 바탕에는 정체되어 있는 고정 마인드셋이 아니라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개념이 있다. 또 삶을 풍요롭게 해줄 집중력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체득한 움직임의 중요성, 새운 습관을 만드는 과학적인 방법, 성장 마인드셋의 개발 방법과 자신감을 키울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될듯하다. 흥미 있는 장을 먼저 펼쳐 읽어도 '파워 아워'에 이르는 데는 하등에 문제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접하는 방법을 보여준 부분들이 좋았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세상을 접할 수 있다면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 세상에 따뜻함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에 던지는 질문도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상에 숨어있는 한 시간을 찾아내 새로운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찾고 있는듯하다.

   p.70. 질문은 열쇠와 같다. 부정적인 질문은 부정적인 문을 열고, 긍정적인 질문은 긍정적인 문을 연다. 

   모든 과정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실천하고 싶었던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여섯 가지 질문이다. 저자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찾아서 적용해 보길 권하고 있다.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시작하는 아침은 무척이나 산뜻할 것 같다. 또 하루를 사는 의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같다. 일찍 일어나 '움직임'을 가지며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주는 질문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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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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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이벤트로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창비에서 이번에도 재미난 이벤트를 통해 소설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블라인드 서평단.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를 모른 체 소설을 접하는 색다른 서평 이벤트였다. 평소 작가보다는 작품 제목의 끌림으로 책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를 모르고 작품을 접한다는 것에 별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의 심리 표현이 너무나 리얼하고 디테일해서 작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독특한 표현법이 더해지면서 결국 작가를 찾아보게 되었다. 작가 이현.

   그렇게 가볍게 만난 <호수의 일> 가제본의 첫 문장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이다. 그런데 차갑게 깡깡 얼어붙은 호수가 안전한 걸까? 차가움은 안전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얼어붙은 호수를 안전하다 느끼는 호정의 차가운 마음을 사춘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춘기 소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 것은 무엇일까? 아니 소녀의 마음을 얼린 것은 무엇일까?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이다. 사랑이 찾아온 호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얼어붙은 호수의 심연에 숨어있던 호정을 흔드는 아이가 등장한다. 전학생 강은기.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전학생 은기를 평소의 호정이었다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라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일 하나하나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얼어붙은 호수에 봄이 찾아와 호수를 녹이듯이 호정의 마음에는 은기가 찾아왔다. 또 은기의 마음에는 호정이 찾아왔다. 그렇게 첫사랑은 누구에게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티를 팍팍 내며 찾아왔다.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은 시작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나 잘 안 울어. 안우는 애야."그런데 은기의 상처도 자신의 상처만큼이나 깊고 아플 것 같아서 울고 말았다. 은기는 아무 말 안 했는데. 호정이는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손을 잡게 된다. 그런데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이 얼어붙은 호수 바닥에 묻어두었던 호정의 상처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어린 나이에 깊은 상처를 받았던 두 소년 소녀는 외로움도, 천덕꾸러기라는 말도 '그런 처지를, 그런 마음을' 말의 의미보다 먼저 배웠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배운 것이다. 마음이 다친 것이다. 아주 심하게.

   아이들에게 기억 속에 남을 강하고 깊은 상처를 주는 능력은 어른들이 단연코 두각을 보인다. 일곱 살 호정이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하고 두 눈을 뻑뻑하게 만든다. 그런데 눈물을 참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어찌어찌 참고 호정이를 넘기면 은기라는 복병이 확실한 눈물 총알을 쏘아대기 때문이다. 그냥 편안하게 눈물이 가지고 있는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은기와 호정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슴 조이며 호정을 따라나섰다. 이야기의 시작보다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엔딩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창비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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