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해피엔딩이야 VivaVivo (비바비보) 50
이옥수 지음 / 뜨인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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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6.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는다는 게, 참 무서운 일 같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던 것들이 멀어지고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코로나19라는 최악의 바이러스는 우리들 삶을 많이도 바꾸어놓았다. 마스크를 써야 했고 많은 이들과의 만남은 기약도 없이 미루어야 했다. 편안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흐르던 삶은 이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불편함을, 불안함을 신경 쓰지 못했다. 이 책<괜찮아 해피엔딩이야>를 읽고 나서야 아이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입학식도 하지 못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었고, 친구들의 얼굴도 익히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19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아픔과 슬픔을 마주해야 했던 어른들과 그런 부모들의 고통을 함께해야 했던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제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밝은 표지와 '해피엔딩'이라는 단어에 속았다.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는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은 더 크게 다가섰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비해를 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노래방이나 PC방은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기완의 집은 지하에 노래방을, 2층에 PC방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전前에 바쁜 점포일을 도와야 했던 기완의 일상은 행복幸福이었다. 행복에 빠져 행복인 줄 모르고 투정 부리던 그때 노래방은 코인노래방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PC방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 그리고 얼마간은 행복했지만 코로나19가 찾아왔고 확산되었다.


이제 기완의 가장 친한 여사친 지연의 가족도 1층 식당을 정리하고 시골로 따나고 기완에게는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빠만 남았다. 아니 엄마와 누나도 있다. 그런데 아빠는 여자들은 고생시키는 거 아니라며 기완만 찾는다. 아직은 어린, 입학식도 못한 고등학생 기완은 아빠와 함께 두 가게를 지켜낼 수 있을까? 공주 같은 엄마와 누나의 삶을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 지켜줘야 할까? 가족이라면 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코로나19라는 시대의 악당이 만들어놓은 감염병 시대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잊고 있었다. 미안했다. 미안함에 더욱 마음 아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신경 쓰고 챙겨주지는 못하겠지만 가까운 곳의 아이들부터 챙겨주다 보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게 될 것 같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이들 또 친척 아이들부터 챙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은 몸과 마음으로 어른들과 같은 슬픔과 아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을 응원해 주는 소설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삶이 '어차피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본다. 덤으로 우리들의 삶도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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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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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순풍과 역풍으로 시작한 고구려의 역사, 광개토대왕의 역사는 제2권 천손신화天孫神話로 이어진다. <광개토태왕>의 긴 여정을 '대왕 사유'와 '왕제 무'라는 담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으로부터 시작한 작가 엄광용은 제2권에서 '담덕'의 출생과 고구려의 국가 기반을 완성한 군주 '대왕 구부'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이념을 통일하기 위해 불교를 수용하고, 인재 양성을 위해 태학을 설립하고 율령을 반포해서 왕권을 강화하고 국가 기틀을 마련했던 담덕의 큰아버지 소수림왕


제1권이 고구려의 주변 정세를 이야기했다면 제2권에서는 고구려 내부, 권력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평양성 전투에서 대왕 사유는 죽어 고국원왕이 된다. 그렇게 시작한 2권은 대왕 구부가 백제와 다시 맞붙어 수곡성을 탈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담덕이 탄생한다.


왕위 계승은 곧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고 담덕의 출생을 방해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즉 동궁빈 연화의 회임을 방해하고 하늘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천손 담덕의 목숨을 노리는 연나부 세력. 왕후와 그의 아버지 명림수부를 중심으로 한 연나부 세력은 연화와 왕자 이연를 경계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리수를 둔다. 엄청난 무리수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각된다. 그런데 이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조선시대 궁궐의 모습이, 구한말의 당파 싸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쩌면 우리의 역사는 당파 싸움의 연속이고 그래서 지금도 여의도에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서.


제2권에서는 떠났던 이들이 하나둘 돌아온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어둠 속으로 떠난다. 한 팔을 잃고 장군의 지위도 던진 두충은 조환이 되어 석정 스님을 찾아 장안에 나타난다. 자신의 뜻대로 거상 조환이 되기 위한 길을 준비한 것이다. 평양성 전투에서 한쪽 눈을 잃었던 추수는 전쟁고아가 된 갓난아기를 안고 스승 을두미를 찾아 하가촌으로 돌아온다. 스승 을두미는 아기에게 '업복'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입궐을 피하기 위해 추수와 함께 하가촌을 떠난다. 


p.347. '과연 나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떠난다. 정말 단역일 것 같아서 이름마저 메모해두지 않았던 누군가가 어둠을 틈타 사라진다. 우적의 무술 스승 무명선사를 찾아 떠난다. 단역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는 조연은 누구일까? 고조된 갈등을 풀어내고 무명선사 왕제 무를 찾아떠난 인물의 앞으로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제3권에서는 조환과 추수, 해평 그리고 연화의 활약이 더 많이 그려질 듯하다. 그리고 고구려인의 기상을 드높이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담덕의 어린 시절이 그려질 듯하다. 그러니 제3권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시작이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난 역사소설 <광개토태왕>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설렘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역사 책에서는 알 수 없는 인물들의 디테일한 이야기가 만들어낸 설렘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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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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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 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주인집 손녀와 세입자의 로맨스 소설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듯한 올드 한 설정이다. 그런데 그 세입자가 저승에 근무하는 악마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 세입자가 새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못 보던 이상한 사람에 대해 묻는 서주에게 할머니는 '지옥이랑 계약'을 맺었다고 말한다. 지옥이 리모델링 중이라서 죄인들을 가둘 곳이 모자라 이 집의 일부를 지옥의 악마가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악마가 새로운 세입자가 되었고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 된다. 

판타지 로맨스 소설의 달달함을 악마가 타주는 미숫가루로 맛볼 때쯤 할머니의 친아들 형섭이 동네에 나타나고 이야기는 그렇게 미스터리 스릴러가 된다. 스토리 공모전 대상임을 증명하듯 스토리가 너무나 풍부하다. 많은 이야기들로 산만할 수도 있는 소설의 흐름을 촘촘한 구성이 잡아주고 있다. 거기에 개성이 확실한 등장인물들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고,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문장들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한숨을 쉬자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달콤한 걱정은 처음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시작'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설렘과 적당한 긴장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 좋다. 그래서 서주와 악마의 썸을 지켜보면서 둘의 로맨스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척이나 달달한 사랑의 설렘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안 되겠다. 역시, 당신은 너무 달아요."


이제는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를 지켜주는 서주를 통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다. 돈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아들이 가족일까?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할머니 옆에서 늘 함께하는 서주가 가족일까? 방문을 열면 지옥과 연결되니 당연히 선과 악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이 변할 수 있을까? 아니 그 기준이 존재할까? 그렇게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선과 악을 진정한 선, 진정한 악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경계선에 선 선과 악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악마가 등장하고 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이 등장하는 저승과 서주를 챙겨주는 모카 언니와 승빈이 등장하는 이승이 연결되는 접점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다. 흡사 폐가에 가까운 집이지만 서주에게는 '우리 집'이다.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서주와 악마의 로맨스는 이어질 수 있을까? 저승과 이승이라는 차원이 다른 갭을 채울 수 있을까? 할머니와 서주의 모습도, 악마와 서주의 모습도 우리 집을 채워주는 가족의 모습이다. 사랑의 모습이다.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지옥의 신입 악마는 서주에게 달콤하고 고소한 미숫가루를 건넨다. "출근하기 전에 당 채우고 나가기"라는 달달한 메모와 함께. 악마 중에도 제비가 있나? 어디서 수작을. 수준급의 매너로 무장한 신입 악마가 서주에게 한 눈을 팔기 시작한다. 그런데 묘한 삼각관계도 보인다. 악마와 인간의 로맨스도 흥미로운데 악마와 인간의 경쟁 구도는 이야기를 더욱 재미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악마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 순간 이 소설은 벌써 재미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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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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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가끔 생각해 본다. 고구려高句麗가 삼국을 통일했었다면 어떨까? 아마도 고구려를 대표하는 광개토대왕의 진취적인 기상이 그리운 까닭에 삼국의 지도를 다시 그려본 듯하다. 고구려의 광활했던 국토를 한반도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건 언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고구려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사료가 워낙 부족한 탓에 고구려에 대한 역사는 알려진 게 너무나 없다. 그런 고구려 역사의 중심이었던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을 만나본다.


장편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작가 엄광용의 집념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집필 기간만 11년이라는 엄청난 노력이 담긴 소설집은 1권 순풍과 역풍으로 시작한다. 자료를 찾고 글로 옮기고 다시 수정하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지면으로 찾아온 광개토대왕과의 만남은 시작부터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삼국의 역사는 평화보다는 전쟁戰爭에 가깝고 그 속에서 탄생하는 영웅들과 전략전술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p.293. 사람은 배가 부르면 딴생각을 하게 되고, 재물은 곡간에 가득차면 곧 썩거나 녹는 법이다. 재화란 돌고 돌아야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야."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소설을 좋아하지만 역사는 잘 기억하지 못하니 1권에 '담덕談德'이 언제 나오나 하고 헛되이 기다렸다. 그리고 알았다. 1권에 등장한 이들은 담덕 즉 광개토대왕의 조상들이라는걸. 그렇다면 드라마로 치면 1회나 2회에 잠시 스치듯 등장하는 인물들일 텐데 왜들 다 멋지신지. 왕제 무를 그리워하며 왕손인 해평을 키우는 동부 욕살 하대곤도 멋지고 주군을 돕기 위해 조환으로 다시 태어나는 두충은 더 멋지다. 


여기에 해평, 추수, 왕자 이련 그리고 연화가 만들어내는 순수하고 담백한 사랑 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어떤 누군가는 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사랑을 접고, 또 다른 이는 신분 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에 그저 옆에 머물게 된다. 고구려와 전쟁으로 얽히다 보니 작가는 백제의 역사도 함께 짚어주고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통해서 백제의 역사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가치 있는 역사소설이다.


아직 주인공 담덕은 등장도 안 했는데 멋진 담덕의 조상들로 인해 소설은 벌써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다. 왕실의 권력에 접근하려는 각 세력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정쟁政爭의 열기 탓인지도 모른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디테일한 전쟁 장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결되고 끊어지는 아련한 젊은이들의 로맨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담덕을 기다리는 설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드는 고혹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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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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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분야"의 창의적인 리더와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을 역임한 최진석 교수가 들려주는 색다른 철학 책을 만나보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퇴임하고 건명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저자가 이번에는 '새말새몸짓'이사장으로 있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 바쁘게 '건너간다'. 새로운 세계관과 새로운 태도로 새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사)새말새몸짓 사업의 일환이었던 '책 읽고 건너가기'운동에서 읽었었던 열 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보았다.


인간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멈추면 부패하지만 건너가면 생동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면 양심도 딱딱하게 권력화됩니다. …(중략)…건너가기의 힘은 책 읽기로 가장 잘 길러집니다. 우리 함께 책을 읽고 건너갑시다.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돈키호테』, 『데미안』,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노인과 바다』 등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것 같은 열 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책에 담긴 생각들을 들려주는 형식이 흥미롭다. 두 화자가 대화하듯이 들려준다.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인터뷰에 가까운듯하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개그맨보다는 이제는 사업가로 더 유명한 고명환 대표가 묻고 최진석 교수가 친절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대답'은 건너가기를 멈춘 상태에서의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시도입니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저자인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 소개하고 있는 여덟 작품들은 자기를 향해 걷고, 자기를 섬기는 자들의 이야기이고, 아홉 번째 작품인 『아Q정전』은 자기를 섬기지 않는 삶을 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실었고, 그런 사람들, 아Q같은 이들이 많아지면 그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징비록』을 담았다고 한다. 책의 차례를 보면서 무언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하던 두 작품이 이 책에 담긴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열 개 작품을 모두 읽어보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철학가 최진석과 함께하는 독서 여행은 그 좋았던 점을 '같은 책을 읽었는데'라는 생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저자와의 만남이 처음도 아니라서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저자의 깊이 있는 사색을 만나볼 요량으로 접한 책이라 놀라움은 즐거움이 되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저자는 '생각한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도 자기를 향해 걸어가는, 건너가는,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업가와 철학가가 들려주는 열 개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또 철학가가 쓴 열 편의 독후감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철학가 최진석이 뽑은 '한 문장'이다. 『어린 왕자』나 『이솝우화』에서 '한 문장'만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 뽑아낸 한 문장을 만나고 선택한 까닭을 보는 재미는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저자가 『페스트』에서 뽑은 한 문장은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 아닙니다."이다.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철학가와 떠나는 인문학 독서 여행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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