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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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가끔 생각해 본다. 고구려高句麗가 삼국을 통일했었다면 어떨까? 아마도 고구려를 대표하는 광개토대왕의 진취적인 기상이 그리운 까닭에 삼국의 지도를 다시 그려본 듯하다. 고구려의 광활했던 국토를 한반도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건 언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고구려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사료가 워낙 부족한 탓에 고구려에 대한 역사는 알려진 게 너무나 없다. 그런 고구려 역사의 중심이었던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을 만나본다.


장편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작가 엄광용의 집념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집필 기간만 11년이라는 엄청난 노력이 담긴 소설집은 1권 순풍과 역풍으로 시작한다. 자료를 찾고 글로 옮기고 다시 수정하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지면으로 찾아온 광개토대왕과의 만남은 시작부터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삼국의 역사는 평화보다는 전쟁戰爭에 가깝고 그 속에서 탄생하는 영웅들과 전략전술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p.293. 사람은 배가 부르면 딴생각을 하게 되고, 재물은 곡간에 가득차면 곧 썩거나 녹는 법이다. 재화란 돌고 돌아야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야."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소설을 좋아하지만 역사는 잘 기억하지 못하니 1권에 '담덕談德'이 언제 나오나 하고 헛되이 기다렸다. 그리고 알았다. 1권에 등장한 이들은 담덕 즉 광개토대왕의 조상들이라는걸. 그렇다면 드라마로 치면 1회나 2회에 잠시 스치듯 등장하는 인물들일 텐데 왜들 다 멋지신지. 왕제 무를 그리워하며 왕손인 해평을 키우는 동부 욕살 하대곤도 멋지고 주군을 돕기 위해 조환으로 다시 태어나는 두충은 더 멋지다. 


여기에 해평, 추수, 왕자 이련 그리고 연화가 만들어내는 순수하고 담백한 사랑 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어떤 누군가는 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사랑을 접고, 또 다른 이는 신분 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에 그저 옆에 머물게 된다. 고구려와 전쟁으로 얽히다 보니 작가는 백제의 역사도 함께 짚어주고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통해서 백제의 역사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가치 있는 역사소설이다.


아직 주인공 담덕은 등장도 안 했는데 멋진 담덕의 조상들로 인해 소설은 벌써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다. 왕실의 권력에 접근하려는 각 세력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정쟁政爭의 열기 탓인지도 모른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디테일한 전쟁 장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결되고 끊어지는 아련한 젊은이들의 로맨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담덕을 기다리는 설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드는 고혹적인 이야기다.



"새움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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