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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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클래식 FM의 <FM 실황음악>과 <실황 특집 중계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들려주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클래식 이야기를 만나본다. 클래식은 언제 들어도 낯설다. 들어본 곡은 맞는데 곡명은커녕 누구의 곡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무지함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한몫했고 반복해서 자주 들으면 익숙해진다는 잘못된 생각 탓인듯하다. 무조건 많이 접하는 것의 잘못된 점을 저자는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의 시작에서 언급한다.


이 책은 총 다섯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클래식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냥 따라가다 보면 클래식이 자연스럽게 다가서 있을 것이다.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의 매력을 정말 잘 보여주고 또 들려주고 있다. 클래식 관련 책을 읽기 어려웠던 점 중에 하나는 책에 소개된 곡들을 일일이 찾아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책에서 들려주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고충을 정말 친절하게 해결해 준다. QR코드를 통해서 지금 읽고 있는 설명에 해당하는 곡을 바로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 하나가 들려주는 클래식 연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클래식 악기들이 만들어놓은 교향곡까지 차례대로 들을 수 있다. 짧은 곡에서부터 긴 곡까지 클래식에 천천히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조금씩 다가선 클래식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완독에는 꾀 많은 시간이 든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 아니라 행복한 힐링 시간이 된다.

클래식의 명곡을 만나본다는 즐거움도 크지만 명곡 뒤에, 유명 작곡가들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인 책이다. 정말 한 번쯤은 들어본 명곡들을 전문가의 해설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물해 주고 있다. <동물의 사육제>에서 생상스가 수족관과 화석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그냥 들을 때는 몰랐던 클래식이 가진 매력을 단번에 느끼게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긴 곡명을 어떻게 읽는지도 쉽게 알려주고 있는 TIP을 만나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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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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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조각의 역사를 《조각의 세계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가끔씩 책 표지의 소개 글에 속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크게 속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기분 좋은 착각이었다.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이라는 글에 500 페이지가 안되는 책에 100명의 조각가와 1000개의 조각 작품을 담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을 예상했다.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짧은 글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무척이나 깊고 많은 것을 들려주고 있어서 행복했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000개의 작품을 두 개 부분으로 나누어 사진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제1부>조각의 역사에서는 원시 시대의 비너스 조각상부터 고대 문명들의 조각 작품들을 지나 로마시대와 고딕 시대 작품들을 보여준다. <제2부>조각가 열전에서는 미켈란젤로, 잔 로렌초 베르니니, 오귀스트 로댕,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양의 조각사와 문화사를 재미나게 보면서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서양 조각사 입문서 같다.


이 책이 마치 서양 조각사 입문서처럼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머리말'에서 만날 수 있는 조각 작품 감상법 때문인듯하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엮은 <제1부> 감상법과 조각가별로 묶은 <제2부>감상법을 따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관심밖에 있던 조각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작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001)에서부터 천 번째 작품인 자코메티의 「기념비적인 머리」(1000)까지에서 만나는 모든 사진들과 해설들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게 다가섰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고 있는 로댕의 작품들 중에서 당시 비평가들의 비웃음을 산 작품을 만나 놀랐고, 성당을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가고일'을 만나 또 한 번 놀랐다. 발레 하면 또 오르는 화가 에드가 드가의 조각 작품을 보고는 '또'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박물관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사르코파쿠스'를 알게 되었을 때는 우리나라 왕릉의 부조와 석상이 떠올랐다.

천 개의 작품들 중에서 지금 가장 와닿는 작품은 베르텔 토르발센이라는 덴마크 조각가의 「빈사의 사자 상」이다. 프랑스 혁명 때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다 전서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라고 한다.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이 품고 있는 감정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한듯하다. 그래서 소개 글에'1000가지 공감'을 언급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감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책《조각의 세계사》를 만나보길 바란다. 로댕과 자코메티가 「걷고 있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각자 만들어낸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기쁨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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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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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미저리』등의 영화의 원작 소설로 유명해져 이제는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 가 된 스티븐 킹의 작품《나중에 LATER 》을 만나보았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첫 문장'사과부터 하기는 나도 싫다.(p.11)'가 시작부터 흥미와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로 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답게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흥미로운 미스터리와 숨 막히는 스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과 대화하는 소년 지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령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소년은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이 소설의 화자가 된다. 어린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능력과 마주하게 되고 그 사건이 소년을 또 다른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죽은 이와의 대화라는 소재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스토리 킹'다운 장치를 설정한다. 유령은 질문에 무조건 진실만을 답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짓이 익숙한 범죄자의 유령은 어떨까? 그들도 예외는 없다.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마의 애인 리즈는 형사다. 그런데 이 양반이 흔히 등장하는 '비리 형사'다. 상부 기관의 감시를 벗어나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신 '영혼과의 대화'를 택한다. 처음에는 지미의 능력을 믿지 않는듯하더니 증거까지 챙기는 나름 유능한 경찰 흉내도 낸다. 버켓 교수 부인의 죽음을 그리고 있는 소설의 도입부는 아름다웠다.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마약이 등장하고 폭탄이 터지면서 슬슬 공포물이 되어간다. 소설 속에서 계속 이 이야기는 '공포물'이라고 강조하는 까닭을 알게 될 것이다.


그냥 스토킹도 무서운데 유령이 스토킹을 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정말 무섭고 괴로울 것 같다. 유령의 일을 방해한 까닭일까? 악이 가득 찬 혼령이 지미를 괴롭힌다. 그 장면을 섬뜩하게,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든 재미를 담아놓은 책이다. 가지런히 담지 않고 마구 흔들어 놓아서 놀라움과 공포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지미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중에(p.347)"라는 마지막 문장이 지미와의 다음 만남을 꿈꾸게 한다. 


p.180.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를 입 다물게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유쾌한 모자의 이야기가 공포물을 코믹물로 만들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두려움보다는 깊은 감동이, 무서움보다는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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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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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오르게 하는 또 다른 진화생물학에 관한 책《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를 만나보았다. 농사 혁명과 산업혁명으로 기존의 삶에서 엄청난 도약을 한 인류가 이제 '성장'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구석기 수렵채집인들 보다도 행복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인류가 행복하지 못한 원인을 생물학적, 문화적 진화라는 과학적인 방향에서 찾고 그 해결책 또한 과학을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어떤 시대보다 더 풍요롭고 발전된 세상을 살고 있는 현재의 인류가 그 어느 시기의 인류보다 고독과 불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 헤더 헤잉과 브렛 웨인스타인은 인류의 뛰어난 적응력을 뛰어넘는 변화의 속도에 있다고 말하며 '지나치게 새롭다 hyper-novel'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고는 진화생물학자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많은 사례를 통해 분석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을 언급 그 적용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틀리다고 주장하고 있는지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이 가진 의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만남은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책은 생물학 책이 아니라 '심리학'책을 만나는 듯해서 늘 흥미롭다. 아마도 새로운 개념을 하나쯤은 만나볼 수 있는 까닭인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가 '밈'을 이야기했다면 저자들은 '오메가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읽은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보다는 무척이나 친절한 책이다. 생물학 전공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WEIRD'의 개념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진화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나 편안한 표현으로 과학이 아닌 심리학을 만나본 듯하다. 몇 권 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진화생물학자들의 책들 중에서 가장 친절한 책이다. 친절한 표현과 편안한 문장으로 과학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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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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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원작 소설 《더 원더》를 특별한 형태의 책으로 만나보았다. 대본 형식으로 만든 가제본 그리고 샘플북이라는 또 다른 형태를 가진 흥미로운 책이다. 이야기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약 60% 정도 보여주는 샘플북으로 영화 원작을 만나고 나니 재미난 딜레마에 빠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영화가 공개되었지만 결말을 볼 수 없었다. 아직 원작 소설의 결말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둘의 결말을 만나보지 못했다. 글과 영상이 주는 차이를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어서 원작 소설의 결말을 먼저 만나보고 싶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나이팅게일의 제자인 주인공 리브 간호사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로 개인 간병을 위해 온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마을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게 된다. 리브의 임무는 간병이 아니라 좋게 말하면 관찰이고 정확히는 '감시'다. 그것도 열한 살 소녀를 미카엘 수녀와 교대로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소녀를 도대체 왜 감시해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다면 중간에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아이가 몇 달을 금식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애나 오도널은 넉 달 전 오늘 열한 살 생일 이후 음식은 전혀 먹지 않고 물만 먹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소식이 영국에까지 전해지면서 아일랜드는 물론 영국에서까지 '인싸'가 된 소녀를 검증하기 위한 '위원회'가 꾸려지고 그곳의 어른들이 수녀와 간호사 조합으로 '감시자'를 고용한 것이다. 


주인공인 간호사 리브는 소설 초기에 무척이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애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주관적, 감성적 인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소녀를 둘러싼 맹신의 광기로부터 애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로 보이기에 응원했다. 그리고 리브의 눈을 다시 밝에 해주는 이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절정으로 가는 듯하지만 그 절정 전前에서 '샘플북'은 끝을 맺는다. 


신의 은총을 받으면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말은 어린 소녀의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돈'에 눈먼 어른들의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사실이었을까? 신의 은총을 의심한 인간의 무뢰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과학적으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믿으며 신의 능력을 맹신하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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