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서양 조각의 역사를 《조각의 세계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가끔씩 책 표지의 소개 글에 속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크게 속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기분 좋은 착각이었다.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이라는 글에 500 페이지가 안되는 책에 100명의 조각가와 1000개의 조각 작품을 담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을 예상했다.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짧은 글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무척이나 깊고 많은 것을 들려주고 있어서 행복했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000개의 작품을 두 개 부분으로 나누어 사진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제1부>조각의 역사에서는 원시 시대의 비너스 조각상부터 고대 문명들의 조각 작품들을 지나 로마시대와 고딕 시대 작품들을 보여준다. <제2부>조각가 열전에서는 미켈란젤로, 잔 로렌초 베르니니, 오귀스트 로댕,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양의 조각사와 문화사를 재미나게 보면서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서양 조각사 입문서 같다.


이 책이 마치 서양 조각사 입문서처럼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머리말'에서 만날 수 있는 조각 작품 감상법 때문인듯하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엮은 <제1부> 감상법과 조각가별로 묶은 <제2부>감상법을 따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관심밖에 있던 조각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작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001)에서부터 천 번째 작품인 자코메티의 「기념비적인 머리」(1000)까지에서 만나는 모든 사진들과 해설들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게 다가섰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고 있는 로댕의 작품들 중에서 당시 비평가들의 비웃음을 산 작품을 만나 놀랐고, 성당을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가고일'을 만나 또 한 번 놀랐다. 발레 하면 또 오르는 화가 에드가 드가의 조각 작품을 보고는 '또'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박물관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사르코파쿠스'를 알게 되었을 때는 우리나라 왕릉의 부조와 석상이 떠올랐다.

천 개의 작품들 중에서 지금 가장 와닿는 작품은 베르텔 토르발센이라는 덴마크 조각가의 「빈사의 사자 상」이다. 프랑스 혁명 때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다 전서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라고 한다.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이 품고 있는 감정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한듯하다. 그래서 소개 글에'1000가지 공감'을 언급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감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책《조각의 세계사》를 만나보길 바란다. 로댕과 자코메티가 「걷고 있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각자 만들어낸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기쁨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아이템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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