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큰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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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약국을 경영하며 유튜브 채널<약이 되는 이야기> 운영 중인 정승규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를 만나본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약을 통해서 역사를 들여다보고 역사 속에서 약을 소환한다. 역사를 다룬 책들이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유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약의 관점에서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 속에서 약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역사를 좋아하는 약사' 정승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약의 발전사는 바탕에 깔고 약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보여주고 있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약 이야기 속에 폭 빠져있게 만든다. 처음에는 '기적의 치료제'라 환호 받던 약들이 오남용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코카인은 피로 회복과 국소마취제였고, 헤로인도 처음엔 기침 치료제였다. 또,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니트로글리세린)가 협심증 치료제가 된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부제 '질병과 맞서 생명을 지켜낸 약의 역사'를 통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시황이 찾은 불로장생의 약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약은 무엇일까? 약을 잘못 써서 생긴 사고 약화藥禍사고를 시작으로 지적 즐거움을 채워줄 흥미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시작은 '항생제'가, 끝은 '항암제'가 맡는다.


전체적으로는 역사상 중요한 약이 개발된 순서대로 구성하고, 각 장(12장)은 해당 장에서 다룰 약(항생제 등)에 대한 역사를 설명하고, 그 약(항생제 등)과 관련된 사건, 에피소드 등을 눈길을 사로잡는 자료 사진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최신 의약 동향'을 통해서 해당 장에서 다룬 약(항생제 등)의 현재와 미래를 들려준다.


'마이신 mycin'하면 왜 항생제를 떠올리는 것일까? 마이신은 그리스어로 '곰팡이'를 뜻한다는데 어떻게 항생제와 이어졌을까? 개신 교도였던 크롬웰이 '교황의 독약'으로 간주하고 죽음을 택한 질병과 약초는 무엇일까? 맹목적인 지지는 엄청난 화를 부른다. 마녀사냥을 약의 역사에서 만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또, 마약의 원료 식물의 향을 가진 세계적인 청량음료는 무엇일까? 중세 약초藥草에관한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맨드레이크'를 채집할 때 개를 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통해서 약 이야기를 만나고, 약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만나는 매력적인 경험을,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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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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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플로랑스 멘데즈의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소설다프네를 죽여줘를 만나보았다. '경고'문구로 시작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이 책에는 거의 모든 형태의 폭력이 등장합니다.' 정말 그렇다. 다양한 형태의 많은 폭력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또, 폭력만큼이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사회문제도 등장한다. 다프네가 죽음을 선택한 연유도 폭력과 사회문제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우울증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p.40. 드디어 내 삶의 의미를 찾았다. 삶을 끝내는 것이 내가 사는 의미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들부터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힘겨운 인생을 자살로 마감하려고 하는 다프네, 뜻하지 않게 다크웹 킬러 조직에 가입하게 된 마르탱 그리고 의사 면허를 잃고 심리상담사를 하고 있는 모나. 정말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소외'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동료 여자 경찰을 추행해 정직 중인 형사 제랄드의 등장은 색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력을 완성한다.


p.71. 나는 죽음을 구원이라 여겼고 숭배하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자살을 청부한 다프네를 옆에 두고 다른 사람을 철로로 밀어버린 초보 킬러의 실수부터 빠르게 전개된다. 다프네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그리던 이야기는 초보 킬러의 엉뚱한 실수와 함께 범죄 스릴러의 면모를 갖춰간다. 다프네는 죽음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마르탱은 잔인한 킬러보다는 유머러스한 코미디언이 더 어울릴듯하다. 이 둘은 죽음을 완성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상황을 정신과 의사였던 모나에게 털어놓으면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모나가 누굴 도울 형편이 아니다. 모나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처지다.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소외에서 함께로, 나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킬러 조직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다. 블랙 코미디가 끌고 범죄 스릴러가 밀던 이야기는 킬러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는 커다란 반전과 함께 결말을 맺는다.


p.74. 하지만 불행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은 불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행은 그렇게 끔찍한 것이다.


에필로그로 많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다프네를 죽여줘》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극한으로 몰렸을 때의 감정, 살아있는 날것의 감정, 살면서 아직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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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7
추세은.추정문 지음 / 폭스코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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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은, 추정문 작가의 청소년 소설 드리머 Dreamer를 만나보았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인류에게 발전이라는 원동력을 제공한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희망은 《드리머》의 주인공 루리에게는 꿈으로 나타난다. 중학생 루리는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이 없다. 그런 루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ㅇ을 그리고 있다. 또 루리의 엄마가 잊었던 꿈을 다시 찾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p.107.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자신만의 릴스를 찍으며 소중한 시간을 채워 간다고 생각해 봐. 나만의 채널 속에서는 모두가 다 특별한 거 아니야?


누구보다 커다란 '반전'을 보여준 인물은 루리의 남사친 민준이다. 민준의 반전이 던지는 질문에 부모로서 답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접근이다. 루리가 찾은 꿈도, 루리 엄마가 다시 찾은 꿈도 의미 있는 것이었지만 민준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이 가진 무게감은 조금 다른 결이다. 과학고 준비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다른 선택을 한다면 무조건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주인공 루리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는 8일간의 꿈같은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어떠면 루리 자신일 수도, 루리의 꿈일 수도 있다. 편지 형식을 빌려 일기처럼 적어놓은 8일간의 이야기는 정말 꿈같다. 구운몽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을 만나게 된다면...


나 자신에게 '아무나'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루리와 민준의 꿈을 보여주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꿈과 직업이 같은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다.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는 게 꿈일까? 꿈이 무엇인지 또 꿈을 향해가는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살며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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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상 - 일상을 뒤집는 빛과 춤의 다큐멘터리
이준희 지음 / 스미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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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무용을 담은 사진이 들려주는 생각(사상思想)을 떠오르며 넘긴 사진 작품집 춤추는 사상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제목에 보이는 사상沙上은 부산시 사상구를 뜻한다. 《춤추는 사상》은 실용 음악을 전공하고 그길에서 실패를 맛보고 이제 사진 작가의 길을 걷고있는 소셜 포터그래퍼 이준희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다. 도톡한 이력의 작가는 부산시 사상구청과 '춤추는 사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진에 사상구의 일상을 담고 그속에 사회적 메세지를 표현하고 있다.


공간의 가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공간을 다양한 빛(조명)을 이용해서 낯설게 만들고 있다. 그 낯섦은 새로움으로, 신선함으로 이어져 재미와 흥미를 끌어올려준다. 렌즈나 빛을 이용한 낯섦을 생경함으로 이어지게해 이 책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이발소와 세탁소 또 버스를 담은 프레임에 이발사나 버스 기사와 함께 너무나 낯선, 생경한 무언가가 사진에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동작이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고 있다.


p.97. 감성과 현실을 모두 치열하게 다룰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예술로 귀결된다.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은 결국 하게 된다.


《춤 추는 사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읽으며 사상구의 정체된듯한 삶의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실어넣어준 작가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게 된다. 정체된 지역을 춤 추게하고 싶은 작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얻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고마웠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도시의 몰락이 예상되는 오늘을 제대로 담은 사진 에세이다. 어떤 메세지를 담고 어떻게 촬영했는지 만나보는 재미는 새로운 유형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난다는 즐거움에 더해져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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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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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 K.L.슬레이터의 스물두 번째 작품을 만나보았다. 남편과 아내가 등장하면 대부분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가 된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 HUSBAND AND WIFE속에 등장하는 파커와 루나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기가 애매하다. 엄청난 부잣집 외동딸과 배관공 집안의 외동아들이 어떻게 연이 닿아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는 두 집안의 경제적 격차만큼이나 커다란 불안을 느끼게 하며 시작한다.


p.75. 상대의 비밀을 누설하면…결국 둘 다 망가지게 될 테니까.


무언가 모를 위화감이 주는 불안감은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에는 세 명의 남편과 세 명의 아내가 등장한다. 파커의 아버지 그리고 루나의 아버지 . 루나의 어머니 마리 그리고 파커의 어머니 니콜라. 어느 날 파커와 루나는 파커의 부모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고 회사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루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파커는 칼에게 인사도 하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 불안함이 묻어나는 가족. 언제부턴가 벌어진 가족의 틈을 매워보려고 애쓰는 니콜라.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이제 이야기는 흐름의 방향을 바꾸고 전개 속도를 높인다. 가족 간의 갈등은 어느새 사회적인, 법적인 갈등으로 전환된다. 이제 파커와 루나의 갈등은 두 집안의 갈등으로 또 아내와 남편의 갈등으로 바뀌게 된다. 중환자실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서 손자를 돌보기 위해 손자의 옷을 챙기러 아들 집에 방문한 니콜라. 어쩌면 이 소설《남편과 아내》의 가장 큰 갈등은 니콜라의 오지랖이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아들 파커의 말을 들었더라면…….


"거기…가지…마세요."

"당장 버려요. 버리…라고요!"


살인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피해자의 물건을 사랑하는 아이의 집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누구나 니콜라처럼 선택할 것 같다. 이 소설의 갈등의 시작이자 긴장감을 높이는 세 남편의 선택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이성적이지도 감성적이지도 않은 정말 공감하기 힘든 선택을 하고 마는 파커, 칼 그리고 조. 이들의 운명은 틀어진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해 엉뚱한 곳에 다다르게 된다. 평범한 남편들의 멍청한 선택. 불쌍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 명의 아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이를 위해 남편을 신고하고, 아이를 위해 남편을 살인자로 몰고 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외도를 모르는체하는 아내들. 그들의 선택에는 늘 아이가 먼저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지만 이야기 속 세 아내는 분명히 세 명의 '좋은 엄마'다. 여기서 심리 스릴러의 재미와 흥미를 극대화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좋은 엄마 vs 책임감 있는 시민. 눈에 보이는 이야기는 단순한 흐름이지만 그 속에 담은 심리적인 갈등은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정말 복잡하다. 복잡한 매듭의 실마리를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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