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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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루쉰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등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국 작가 옌렌커閻連科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월일年月日을 만나보았다. 한재旱災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극심한 가뭄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과 남은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잔잔한 흐름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가뭄을 피해 떠나는 대신 마을에 남는 것을 선택한 셴 할아버지와 앞이 보이지 않는 ‘눈먼 개’의 동거가 이야기의 주요 흐름이다. 둘이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옥수수의 새싹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이라는 절망을 향해가던 이야기가 옥수수 새싹이 등장하면서 희망으로 향한다. 차분한 분위기로 서술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음 페이지를 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슬프고 아름답고.


《연월일》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세상 가장 어려운 상황을,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까닭 모를 상쾌함도 보인다. 삭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지키는 일흔둘의 셴 노인과 눈먼 개 때문일 것이다. 엄청난 가뭄에 우물물도 마른 상황에서 노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극한에 몰린 사람이, 죽음이 더 가까운 나이의 노인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p.27. 그는 나이가 일흔하고도 둘이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일흔둘’이라는 나이를 반복해서 노출시킨다. 존재의 의미보다는 죽음, 상실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될 노인의 나이를 강조하고 싶었던 까닭일까? ‘일흔둘’의 노인은 존재의 의미를 찾이 간다. 눈먼 개와 새싹을 통해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대문학하면 떠오르는 난해함이나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명쾌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더 공감하며 즐거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북다방1기라는 행복한 경험이 이런 즐거운 시간을 만들게 한다. 셴 노인이 찾은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를 책을 통해서 찾아보고 싶다. 그래서 좋은 책과의 만남이 소중하고 그래서 북다와의 만남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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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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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북다를 통해서 만나보았다. 책다방 1기의 두 번째 책선물 생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스터리다. 연속된 사건들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생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린다. 작품의 첫인상은 '오싹함'이다. 도편수 범근의 죽음 장면은 이야기의 색깔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스릴러. 미스터리 스릴러를 바탕으로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문제까지 담고 있다. 대물림된 상처의 아픔, 부조리한 권력의 이면까지 팩트에 허구를 절묘하게 짜맞추어 사실감을 더한다.


2025년 『커미션』으로 데뷔한 신재민 감독의 첫 장편소설인 《생가》는 처음 집필 의도가 시나리오인 까닭인지 읽는 내내 영상이 떠오른다. 오싹한 죽음 장면이 떠오를때는 지상파 TV드라마로는 제작이 불가능하겠다는 오지랖도 부려본다. 독재 정권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의 생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작과 함께 그 집을 지었던 도편수가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한다. 가능할지도 의심스러운 묘한 방법이다. 얼마나 무서우면, 공포의 크기가 얼마나 크면 그런 끔찍한 자살을 선택할까? 그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또 등장하면서 '왜?'라는 의문이 계속 이어진다. 정말 그런 죽음이 가능할까?


생가는 왜 꼭 다시 지어야할까? 그리고 그 집을 뚤러싼 죽음의 모습은 왜 이렇게 끔찍할까? 서서히 진실에 접근하면서 전통신앙이 등장하고 현대사를 함께 버무려 기묘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정말 미친 스피드로 결말을 향해서 빠르게 직진한다. 마치 장면 전환이 빠른 영화 한편을 본듯하다. 전통가옥의 비밀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의 결말은 상상하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시작부터 강한게 기다리고 있으니 시작부터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p.15. "다만 내 집은 누추하니……문을 두드리지 말라……."


공포와 미스터리의 만남을 이렇게 잘 버무릴 수 있을까?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까닭을 바로 알아챌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아주 멋진 굉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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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최신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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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현존 작가의 작품’이라는 기록을 가진 작품, 파울로 코엘류라는 작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작품 연금술사를 다시 만났다. 세월의 더께가 젊은 날 ‘꿈’을 생각하게 했던 책의 명문장들을 흐리게 만들었지만 재회再會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이제 산티아고가 아닌 그의 부모님 나이가 되어버린, 꿈보다는 현실이 먼저 보이는 50대 아저씨의 눈에 《연금술사》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의 날보다 기억 속의 날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산티아고의 여정은 더욱더 꿈처럼 다가왔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용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산티아고의 여정은 보물을 향하지만 이야기는 보물이라는 결과를 향하고 있지 않다. 결과보다는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끈기를 너무나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를 통해서 보여준다. 산티아고가 선택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할 때 우린 공감하며 그를 응원하게 된다. 특별할 것 없이 모든 재산을 도둑맞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이라서 더욱더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p.159.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순 없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자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것이 내가 저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지.'


산티아고의 시련을 함께하며 응원하던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나 강렬했다. 정말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은 보물의 진정한 모습에 있는듯하다. 우리들 삶의 보물은 무엇인지 또 꿈은, 이상은 왜 계속 이어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삼국지』가 다시 만날 때마다 다른 인물을 따라가게 한다면 두 번째 만난 《연금술사》는 심리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꿈을, 이상을 찾아 나설 나이는 아니지만 이 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찾아보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삶의 지혜보다는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북다의 새로운 번역으로 오랜만에 다시만나본 《연금술사》는 여전히 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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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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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인 더 메가처치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아사이 료의 작품이다. 20세에 데뷔해서 나오키상을 비롯한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30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회 문제를 강하게 비추고 있다. 아사이 료의 특징은 차분하지만 빠르게, 조용하지만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한 문제는 무엇일까? 메가처치(대형 교회)의 종교 문제일까? 가제본이 보여주는 1부에서 5부까지의 내용만으로는 전부를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이야기의 큰 흐름은 '믿음'으로 향하고 있다.


p.103.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포장되는 지금, 불행이나 절망조차 기댈 곳으로 삼지 못하는 세상에서, 뭐라도좋으니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믿음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독특하다. 덕질, 최애가 믿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덕질, 덕후를 사회적인 관계로 풀어놓는 전문가의 인터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세 명의 화자들이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차분하게 다음으로 이어진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덕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아야코의 최애 배우가 죽었다는 속보와 함께 묘한 방향으로 흐를 것 같다. 세 명의 화자는 덕질을 이용하여 착취하는 쪽과 덕질에 이제 막 빠져들어가는 쪽 그리고 덕질에서 빠져나오려는 쪽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인 더 메가처치 In The Megachurch의 도입부(1부~5부)는 잔잔한 흐름을 이어가지만 아크릴 스탠드를 숨기는 스미카의 행동(5부)이 무언가 불안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로 들어갈 때쯤 가제본은 끝난다. 아쉬울 것을 알고 참여한 가제본 서평단이었지만 정말 아쉽고 또 아쉬웠다. 앞으로 아사이 료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나누어서 만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결말보다는 앞으로의 전개가 더 궁금한 책이다. 결말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될 복선과 반전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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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지안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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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통도사 반야암에 기거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설파하신 노스님 지안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산에 사는 즐거움'을 만나보았다. 산거인山居人의 낙樂을 매 순간 느낄 수 있는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를 통해서 노스님께서 걸어오신 평온한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타인의 시선에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번잡한 대로를 벗어나 숲속 오솔길로 들어오기를 권한다. 그렇게 노스님의 이야기는 심연의 사유와 함께 숲속으로 향한다.


p.35. 주변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요를 지켜내는 것, 그것이 내가 반세기 넘는 산거(山居)생활을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낙이자 인생 경영의 핵심이다.


처음 시작은 느낌 좋은 생각을 담은 아름다운 에세이였다. 그런데 노트에 좋은 구절을 옮겨 적는 것을 포기한 순간 아름다운 에세이는 심연의 울림이 있는 철학 에세이로 바뀌었다. 지안 스님은 가볍게 툭 던지듯 이야기하고 계시지만 그 깊이 있는 사색의 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스님의 철학적인 생각이 깊이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지루하고 난해한 불교 철학의 진수를 만나게 될까? 아니다. 정말 간결하게 깊이 있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편안하다. 아마도 노스님의 필력이 만들어낸 편안함일 것이다.


p.64. 지나간 인연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늘 내 곁을 지키는 숲의 식구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건네는 것, 그것이 내가 산에서 배운 삶이다.


낱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사유가 책장을 붙잡고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노스님의 사색을 엿보는 시간이 불교와 친해지는, 불교를 공부하게 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불교가 바탕이지만 그곳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서양의 철학자들이 다수 등장하고 중국의 사상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노스님의 사유의 깊이와 폭을 짐작하게 하는 매력적인 만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산속 오솔길에서 만나는 인연은 사람만이 아니다. 사람보다 더 소중한 인연因緣.


p.59. 목탁새처럼 정직하게 살고 정직하게 울림을 주는 삶. 숲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맑게 깨어 있는가?


노스님께서 오늘도 숲속 오솔길을 걷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안 스님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심연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문장을 읽었는데 명상을 한 느낌을 주는 묘한 책이다. 산속 평온함을 고스란히 담아 도심 속에서도 피톤치드(phytoncide)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힐링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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