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따는 사람들 서사원 영미 소설
아만다 피터스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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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반스 앤 노블 디스커버리상 수상, 2024년 앤드루 카네기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베리 따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제목이 말해주듯 블루베리를 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들의 배경이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과는 조금 다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이다. '미크마크'원주민 가족의 기구한 삶을 들려주고 있다. 작가 아만다 피터스가 캐나다 미크마크 원주민 출신이기에 더욱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p.271. "…지금 살아 있는 우린, 모두 앞선 가족에게 일어난 뭔가 나쁜 일을 통해서 살아남은 거예요. 당신이 살아 있는 건 빌어먹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요. …"


소설은 두 명의 화자話者가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화자가 누군지는 시작 전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화자 조의 첫 문장이 '루시가 행방불명 되던 날,'로부터 시작하는 까닭에 두 번째 화자의 정체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굳이 이야기 전개를 둘로 나누었을까? 같은 원주민이었지만 백인들 사회에서 백인으로 성장한 노마의 편안한 삶과 원주민의 힘겨운 삶을 견디며 살아온 의 험난한 삶을 비교해 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있는 사람과 죽음을 앞둔 사람을.


아프고 슬픈 기억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과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온 사람이 만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 소설 속 노마는 꿈속에서 루시를 만난다. 오랜 세월 노마의 친구였던 루시는 어디에 있을까? 루시의 행방불명으로 힘든 날들을 지내던 조의 가족에게 이번에는 더 큰 시련이 닥친다. 그리고 또 그 중심에 조가 있었다.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인물도 조이다. 자꾸 불행이 닥치는 길목에 서게 되는 조는 가족들 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게 닥친 세 번째 불행을 뒤로하고 가족을 떠난다.


p.341. "…자신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생각 그만해요. 불행은 자초하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세 번째 불행은 앞의 두 불행과는 결이 다른 불행이다. 왜 가족을 떠나야만 했을까? 여동생 루시의 실종 이후 찾아든 불행의 그림자를 피해 다니던 조는 자신의 딸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의 행동이 안쓰럽기만 하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그동안 자신이 모은 모든 '돈'을 자신의 아내에게 보낸다. 아마도 조 만의 사랑 표현이었겠지만 당장 가족에게, 딸에게 돌아가야 했던 것은 아닐까? 조와 노마의 접점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두 화자의 접점을 찾는 재미는 이 소설이 주는 덤이다.


정말 멋진 이야기이다. 가슴 아픈 실종 이야기와 인종차별을 다룬 정말 눈물 나는 이야기인데 재미나다. 슬픈데 웃음 짓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서사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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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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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으로 제156회 나오키상과 제14회 서점대상을 받은 온다 리쿠의 엄청난 작품을 만나보았다.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모두 받고 서점대상을 두 번 받은 뛰어난 작가의《둔색환시행 鈍色幻視行 은 15년이라는 엄청난 집필 기간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꿀벌과 천둥』도 10년이 넘는 집필 기간이었으니 작가의 끈기와 노력은 검증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작품《둔색환시행》속에는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밤이 끝나는 곳》이 이 작품의 중요한 흐름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 역시 《둔색환시행》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도 《둔색환시행》 만큼 흥미롭다는 것이다. 세 명의 엄마가 있는 아이가 유곽에서 자란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작품도 꼭 만나보고 싶다.


이야기는 소설가 고즈에가 2주간의 여행을 위해 승선하면서 시작한다. 2주간의 크루즈 여행. 누구나 꿈꿔보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루지 못한 여행을 변호사인 남편 마사하루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다. 무론 여행의 목적은 《밤이 끝나는 곳》에는 저주받은 소설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려고만 하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저주 받은 소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 소설과 연관된 인물들을 크루즈에 동참시켜 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p.101. 사람은 언제나 어두컴컴하고 긴 복도를 걸어 다니며 자신을 위한 방을 찾는다. 늘 새로운 방을 원하면서도 다음 방문을 열기를 주저한다.


첫 번째 영화 제작 과정에서 네 명의 제작진이 불에 타 숨지고 두 번째 제작 과정에서는 출연했던 배우 둘이 죽는다. 그리고 최근에는 드라마 극본으로 각색을 맡았던 작가 이즈미가 자살한다. 이 정도 되면 정말 저주받은 소설이 맞는 분위기다. 그런데 첫 번째 화재는 방화가 의심되고 두 번째 사건은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인데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즈에와 마사하루의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그런데 다 같이 모여 진실에 접근해 갈 때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허구'에 능한 사실이라는 점이 인터뷰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게 한다. 영화감독, 프로듀서, 배우, 만화가, 편집자 그리고 평론가. 고즈에는 함께 가 아니라 각자 개별 인터뷰를 시도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사연이 더해진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소설가 고즈에는 창작 과정의 어려움을 들려주고 남편 마사하루는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로 다가온 이야기는 인간의 존재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작품을 접하는 내내 들었다. 영상화를 시도하면 엎어지고 마는 소설의 실화를 바탕으로 온다 리쿠가 만들어낸 두 이야기가 정말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는 장편소설이다. 뛰어난 작가의 필력이 들려주는 인간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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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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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0. 오슬로는 사람도 날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겉으로 볼 때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마음과 고민을 품고 있다고.


창비출판사의 새로운 브랜드 '토닥스토리'를 통해서 편안한 이야기를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박초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꿀잠 선물 가게》는 다양한 이유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오슬로와 자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달나라 달빛 마켓으로 장을 보러 가는 마법 부엉이 자자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오슬로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오슬로가 가장 잘 하는 일은 무엇일까? 자자와 오슬로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p.151. '꿀잠 선물 가게의 조수 부엉이가 된 건 멋져! 이렇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을 해내다니……'


여덟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불면의 원인을 평범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불면의 원인에 접근하는 방법은 평범하지 않다. 마법 부엉이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잠이 특기인 오슬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오슬로는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손님이 자면 자기도 잔다. 꿀잠을 선물할 수 있을까?


p.232. "이 모래시계는 단순히 시계 역할만 하는 게 아니야.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는 달빛 모래시계거든."


누구나 불면의 밤을 지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진로 문제와 애정 문제 그리고 우리 사는 세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온다. 그들에게 오슬로가 전해주는 꿀잠 선물은 공감이라는 선물인듯하다. 누군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주고 싶어 하는 오지랖 오슬로의 좌충우돌 상담기가 보여주는 세상 사는 그림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어쩌면 마법 부엉이 자자가 숙면을 선물해 줄지도 모르겠다.


"토닥스토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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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과학책 - 사소한 것에서 찾아낸 지적 호기심을 200% 채워주는 교양 과학
김진우(은잡지) 지음, 이선호(엑소쌤) 감수 / 빅피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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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은근한 잡다한 지식'을 운영하고 있는 과학 크리에이터 김진우가 들려주는 재미난 과학 이야기를 만나본다. 제목《엉뚱한 과학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과학은 다소 아니 많이 엉뚱하다.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장면들을 과학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뇌과학'이야기가 있었을까? 저자는 일상에서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질문을 5개(뇌과학, 우주, 인체, 화학, 생물) 주제에 맞추어 많은 사진과 흥미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은 5개 파트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인체에 대한 재미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뇌를 이식하면 기억도 옮겨질까?' 우주와 몸에 대한 엉뚱하지만 의미 있는 궁금증 풀이를 하고 나면 네 번째 파트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물의 작동 원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놀이 기구를 탈 때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삶은 달걀을 날달걀로 되돌린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그 노벨상을 받은 재미난 과학은 무엇일까?


다섯 번째 파트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듯하다. 정말 궁금했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던 엉뚱한 질문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난 부분이다. 태양을 계속 쳐다보면 우리 눈은 어떻게 될까? 멈추지 않고 달리면 심장은 어떻게 될까? 흔히들 하는 말처럼 심장이 터질까? 비가 오면 왜 관절이 아플까? 등 정말 엉뚱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질문들과 만나게 된다. 재미난 많은 질문들 중에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제 아들에게 오이를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과학을 쉽고 재미나게 접근할 수 있는 호기심을 가득 채운 책이다.


"빅피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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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플레임 1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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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77주 연속 1위 등 엄청난 흥행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엠피리언 시리즈 Empyrean의 두 번째 이야기 《아이언 플레임 IRON FLAME 1》를 만나보았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레베카 야로스가 들려주는 창공에서 펼쳐지는 드래곤과 라이더들의 멋진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 적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이지만 중간에 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몰입감과 속도감이 중간에 드래곤의 등에서 뛰어내릴 수 없게 한다. 드래곤 라이더들도 2학년에서 배우는 고도의 기술이니 만큼 시간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듯하다.


1편 《포스 윙》이 주인공 바이올렛이 드래곤 라이더 양성 교육을 받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긴 스토리의 바탕들을 만들었다면 2편 《아이언 플레임 1》은 본격적으로 주요인물들의 비밀이 하나 둘 벗겨지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1학년 교육생들을 위기에 빠드렸던 에이토스 대령이 변방으로 좌천당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리쉬. 이 인물이 정말 보기 드문 악질 빌런으로 학교 전체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 소위로 임관해서 전방으로 배치받은 제이든과 힘겹게 2학년이 된 바이올렛은 바리쉬의 어두운 그림자를 피할 수 있을까?


그런데 바리쉬의 악의 그림자의 시작점에 다가갈수록 너무나 충격적인 진실들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들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는 만큼의 고통을 바이올렛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삼국지연의』가 흥미롭고 재미난 까닭 중 하나는 끝 모를 '반전'에 있는 듯한데 이 로맨스 판타지 소설《아이언 플레임 1》이 꼭 그렇다. 믿었던 인물들의 배신과 적인 줄 알았던 인물의 변신 등 정말 흥미로운 요소들이 끝까지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참, 이 책을 만날 때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인내심'이다. 다음 편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바이올렛의 드래곤 테른과 바이올렛과의 로맨스가 깊어지는 제이든은 여전히 멋있다. 인간의 청소년기에 접어든 앤다나의 귀여운 반항은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촘촘하게 이어지는 멋진 책이다. 연말에나 《아이언 플레임 2》를 만나야 한다는 게 조금 조바심 나지만 읽는 동안에는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사랑도 궁금하고 비밀이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진 나바르는 어떻게 될까?


문득 와이번과 드래곤의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다. 그 밖에도 검색해 보고 싶은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가진 스토리가 너무나 단단하고 풍부한 책이다. 거기에 이번에는 특별 커버까지 있어서 소장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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