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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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 사전 서평단으로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작가가 누군지 모른 체 소설을 읽고 재미나고 독특한 서평단 활동을 행하는 것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떠오르는 작가의 이름이 있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만나보았던 이금이 작가이다. 그 작품을 통해서 알지 못했던 어두운 일제시대 여성의 삶을 접하게 되었고  바이칼 호수에 가보고 싶었다. 눈물 가득 머금은 작가의 문장들은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의 문장들은 눈물을 머금고 있다. 감수성이 극에 달한 작가의 글들이 몰입도를 극에 닿게 하고 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보다는 더 강해진,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포와' 이주 여성들의 삶이 담겨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에는 선택할 수 없었던,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우리 누이들의 애달픈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더 감성적이고 더 감동적인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듯하다. 이금이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은 작품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만과 대립했던 박용만. 소설 속 버들의 남편 태완을 통해서 알게 된 독립운동가 박용만의 삶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공부만 할 수 있다면 호강하지 못해도 좋았다.

설령 고생을 한다 해도 한 번쯤은 자신만을 위해서 하고 싶었다.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솔깃한 중매쟁이의 제안에 '사진결혼'을 선택한 버들. 청상과부가 되어 어쩔 수 없이 '포와'행을 결심한 홍주 그리고 무녀로서의 삶을 버리기 위해 하와이행 배에 오르는 송화. 그런데 이들의 선택에는 어머니, 할머니의 결정이 중대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선택되어진 삶은 어떤 모습으로 세 친구를 만나러 올까? 1918년 하와이 이주민과의 혼인을 위해 조선을 떠난 세 친구들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경상도의 작은 마을 '어진말'에서 나고 자란 세 여성의 삶의 방향은 각자 다른 이유로 하와이로 향한다. 사진보다는 훨씬 늙은 신랑과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홍주와 송화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버들은 사진 속 젊은 신랑과 결혼하고 그것만으로도 미소 짓는다.

 

버들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가장 많이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하지만, 남편 태완의 과거를, 결혼하게 된 까닭을 우연히 알게 된 버들은 주저앉고 만다. 하지만 버들은 툭툭 털고 일어나 태완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씩씩한 버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독립운동. 아버지와 동생의 목숨을 일본에 빼앗긴 버들은 남편 태완의 독립운동이 불안했다. 하지만 여기는 미국 하와이였고 일본은 아주 멀리 있었다. 버들은 태완과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 하와이에 이주한 여성들의 모습은 모두가 '버들'과 비슷했다. 자식을 위해, 집안을 위해 '선택'하고 고생하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하와이에서나 대한민국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 자매처럼 친한 세 친구들이 들려주는 하와이 이민사에서 오늘의 정치판이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제의 역사로 오늘의 사회를 비춰보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대립과 반목.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세 친구들은 아이도 비슷한 시기에 낳아 기른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 한 아이 이 소설의 결말을 책임진다. 자신들이 선택하지 못했던 고단한 삶을 살았기에 자식들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렇게 키운 한 아이 이 엄마와 이모들의 삶을 정리한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정리할까? 세 친구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정말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다.  이 들려주는 놀라운 반전마저도 너무나 아름답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슬픔과 아픔의 끝과 아름다움과 감수성의 끝이 맞닿아서 감동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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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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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오키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도쿄 타워>를 만나보았다.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의 2005년 작품을 소담출판사에서 다시 출판한 작품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사랑은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다. 상식적인,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사랑들이 등장한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에 등장하는 세 자매와 남자들의 사랑은 혼란스럽고,「별사탕 내리는 밤」에 등장한 자매의 사랑은 더 난해하다. 조카에게 탐나면 빼앗으라고 조언하는 이모의 사랑법은 난해함을 넘어선다. <도쿄 타워>에 등장하는 사랑들도 난해하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운듯하고, 사랑보다는 쾌락에 가까운듯하다.

 

p.117. 시후미는 마치 작고 아름다운 방과 같다고, 토오루는 가끔 생각한다. 그 방은 있기에 너무 편해서, 자신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첫 문장은 정말 작가 소개 글에 있듯이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p.9) 주인공 토오루의 생각이다. 이렇게 감성적인 20살 젊은이가 오후 네시만을 기다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전화벨을 기다리는 것이다. 토오루가 열일곱 살 때부터 사랑한 여인 시후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p.122) 정말 애틋한 사랑이다. 그런데 상대 시후미는 엄마 친구다. 거기에 남편이 있는 여자다. 청춘의 열정이 자리를 잘못 잡은 듯한데 시후미라는 여성이 점점 더 다가온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p.361)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말로 토오루의 사랑을 깊게 만든다.

 

p.321. 코우지에게 유일하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마음을 준다는 행위였다. 

유부녀를 만나는 토오루를 부러워해서 유부녀와 만나는 얼빠진 친구 코우지의 등장은 토오루의 아슬아슬한 불륜을 사랑으로 보이게 한다. 코우지가 선택한 첫 상대는 친구 요시다의 엄마다. 물론 지금은 키미코라는 정열적인 유부녀를 만나고 있다. 거기에 유리라는 친구까지 양다리를 제대로 걸치고 있다. 토오루보다 나은 게 있다면 그녀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학교도 제법 열심히 다닌다. 육체적인 쾌락이 사랑이라 생각하는지 하루에 두 여자를 상대하기도 한다.

 

토오루는 자신의 사랑 시후미를 남편에게서 빼앗기로 결심한다. 코우지 앞에는 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한다. 요시다. 코우지에게 아빠가 불쌍하다고 말한 그 요시다가 다가온다. 이 두 청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대학생활도 등한시하며 빠져든 두 청춘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의 모습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랑의 모습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청춘의 사랑은 불안하다. 두 유부녀가 등 돌리게 된다면 두 청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통속적인 불륜 이야기를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토오루와 코우지 두 친구가 만들어가는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 도쿄 타워의 불빛처럼 아름다운 빛깔일까? 비에 젖은 도쿄 타워처럼 슬픈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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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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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이끈 달콤쌉쌀한 우연들이 출신이다.(p.89)

사람들과 아무 상관 없는 소속감이 곧 출신이다.(p.89)

어디 출신이든 잘못된 출신은 없었다.(p.133)

일도서상 2019 수상작 <출신>을 만나보았다. 보스니아 출신 작가 사샤 스타니시치의 자전적 소설이다. 유고연방의 해체와 함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국을 탈출한 난민 가족이 독일에 정착하기까지의 아픔과 고난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작가 사샤 스타니시치의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민으로서, 소수민족으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과 슬픔을 담백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아마도 치매에 걸려 아픈 과거를 조금씩 상실해가는 크리스티나 할머니의 유쾌한 일상이 위트 있게 그려진 까닭인듯하다. 이 이야기는 기억이 소멸되는 시점에서, 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린 한마을에서, 망자들의 현존에서 시작되었다.(p.40) 소설은 주인공 사샤가 어느 순간 크리스티나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잊고 지내던 자신의 '출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조부모와 외조부모 그리고 증조부모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 없는 이야기들을 크리스티나 할머니를 통해서 접근한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씩 심해지는 할머니의 치매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다. 그 점이 이 소설을 더 재미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사샤는 독일에서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남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려니 자연스럽게 가족에 신경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고생에 대한 고마움을 크리스티나 할머니와의 과거 여행에서 되찾게 된다. 자신의 조국에서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엘리트였지만 독일에서는 노동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은 자신의 '출신'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만든다. 사샤 자신의 경험담과 자신의 조상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편안한 자전적 에세이를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는 까닭에 긴장감은 잠시도 놓을 수 없었다. 편안함 속에 묘한 긴장감이 숨어있다.

 

유고 연방의 해체 과정에서 인종, 종교 간의 대립이 격화되어 내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많은 아픔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중심에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시대적인 아픔과 사회적인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사샤가 자신의 '출신'을 알아가는 동안 할머니는 조금씩 자신의 '출신'을 잃어버린다. 사샤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어서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여러 편의 소설을 만나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겪어보지 못한 난민이라는 '출신'의 아픔과 슬픔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감동적인 책이다.

잔잔한 흐름의 끝에 또 다른 이야기「용의 보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또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의 결말을 다양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재미난 '선택'이다. 크리스티나 할머니와의 만남이 아쉬워서 였을까? 작가 사샤는 주인공 사샤와 함께 독자가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가 사샤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에 따라 정말 다양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우연한 선택도 작가가 말하는 '출신'일듯싶다. 우연한 선택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출신'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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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 - 10년 후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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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몰고온 전 세계적인 위기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그여파로 고용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으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실업 이야기가 들린다. 이처럼 불확실한 내일이 부담스러운 오늘 한국 경제의 10년 후를 들려주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기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에서 펴낸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에는 과학기술·산업 전문가 50인의 노력이 담겨있다. 기획·편집·집필에 참여한 50인의 전문가들은 다가올 저성장과 산업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산업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토대로 이 책에서 경고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1부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시나리오를 몰락 시나리오와 희망 시나리오로 보여주고 몰락에서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둡게만 보이는 미래를 밝게 바꾸기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공동부''공동선'을 강조한다. 공동선은 모두를 위한 실질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적 기본 자원이고, 공동부는 모두를 위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기본 자원이라 말하고 있다. 4부로 구성된 책에서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2부에서는 혁신을 이루기위한 전환, 혁신,합의의 3대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창의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다림을 강조한다. 건강한 합의 시스템을 이루기 위한 해법중 하나를 오늘도 서로를 반목하며 열심히 싸우고 있는 정치권에서 찾으려하고 있다. 결국은 정치에 해답이 있다.(p.139) 하지만 소수의 정치인들을 믿기보다는 사회구성원 다수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 산업이 가진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산업 전략들을 들려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켜러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우리 산업의 현실과 연관지어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시스템 개선과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각 챕터의 시작에 요약문을 두어 전체적인 내용을 한눈에 보게 해주는 친절함도 보여주고 있다.

2030년 미래의 우리나라 경제, 산업이 나갈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들려주며 개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경제나 산업뿐만이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개선 방향을 들려주고 잇는 것이다. 그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경제 이야기만 담고있다면 조금은 지루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는 사회의 제도 혁신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서 정말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짝 엿보게 해주고 우리 삶의 혁신을 생각하게하는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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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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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5. 모델생물은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는 플랫폼이다.

생물학자들은 자기들끼리 만나는 장소에서 "저는 유전학을 연구합니다."라고 소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초파리'로 행동유전학을 연구합니다."라고 소개한다고 저자 김우재가 귀띔해 준다. 왜일까? 그만큼 생물학에서는 연구에 사용되는 생물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어떤 생물들이 생물학 연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까? 초파리 유전학자인 저자 김우제가 <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를 통해서 '선택된 생물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바로 그 선택된 생물들이 '모델생물'이다.

생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생물'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연구하고 싶은 생물학적 현상이 무엇인가, 해당 생물을 통한 연구가 얼마나 수월한가라고 한다. 그렇게 선택된 생물들중 26종의 모델생물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대장균, 효모, 애기장대, 옥수수, 군소, 개, 닭, 돼지 그리고 집쥐, 생쥐, 모기까지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포함된 모델생물에 대한 역사를 읽다 보면 생물학, 유전학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이 자신들을 왜 그렇게 소개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장류 연구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학자는 아마도 제인 구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하기 2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긴지라는 일본 과학자가 있다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아직도 그곳에는 일본 영장류 연구팀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들의 연구 결과가 왜 묻혀있는지 분석해 준다. 왜 일본의 연구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까? 복제 양 돌리는 왜 지저분한 고소, 고발의 중심에 서있을까? 인류에 비극을 안겨주었던 우생학은 어떻게 사그라들었을까? 드라마나 영화 속 연구실에 있는 쥐는 집쥐일까? 생쥐일까? 생물학과 관련된 다양하고 많은 지식들과 함께 재미난 상식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 책이 가진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점은 과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에 대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과학자로서 바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언급하고, 과학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좋았다. 그런데 그 부분이 이야기의 흐름을 끝는 듯한, 앞뒤 단락이 어색하게 연결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건 아마도 서두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이 책의 시작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시작이 월간 잡지「과학과 기술」에 한 달에 한 번 썼던 글이라고 하니 단락단락 끊어진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p.257.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호기심은 연구비 없이는 유지 될 수 없다.

생물학이 의생명과학이라는 의학에 종속된 분야로 변형되면서, 모델생물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간'과의 유사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비는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한다. 과학계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들려준 저자는 외계인이 인간이 번성한 두 가지 이유로 기술과 인본주의를 꼽을 것이라 말한다. '과학적 인본주의'를 들려주면서 과학과 사회의 연결, 소통을 이야기한다. 생물학,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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