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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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34. 그리고 이 행성이 고정된 중력 법칙에 따라 자신만의 회전을 하고 있는 동안, 너무나 단순한 유형에서 시작한 가장 아름답고도 훌륭한 유형들이 끝도 없이 과거에도 물론이지만 현재에도 진화하고 있다.(초판489~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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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영국의 자연사 학자 다윈의 시대를 앞선 저서로 생물 시간에 배웠던 유전에 꼭 등장하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 또한 학교에서 처음 접했고 졸업과 동시에 책 제목과 지은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종의 기원」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보면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다. 인류 진화의 시작을 열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혁신과도 같았던 다윈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두께는 소위 말하는 벽돌책이었고, 지면의 넓이는 보통의 벽돌책보다 넓었다. 당황스러운 첫인상의 느낌은 정확하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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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종의 기원 - 톺아보기>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친절한 역자 신현철이 만들어준 길이 어렵고 난해할 것 같은 완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역자 신현철은 대학시절 「종의 기원」의 완독에 도전했었고 그때의 어려움을 알았기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역자가 만들어놓은 친절한 주석이 없었다면 완독의 즐거움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역자는 종의 기원이 가지는 학술적, 역사적 평가를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1859년에 발간된 초판을 번역하였다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도 등장하지만 160여 년 전의 표현을 만나본다는 설렘으로 접해본다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유전이나 진화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결과물들을 생성해내고 있는 오늘 꼭 160여 년 전의 책 「종의 기원」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물 진화에 대한 학술적인 것들도 있지만 우리 인류가 새로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도전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p.18. 주석39.다윈이 살던 당신에는 신이 생물을 완벽하게 창조했기에 생물 종 하나하나는 변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윈은 인류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초판 이후 6판에서는 언급을 삭제했다고는 하지만 선지자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전공자가 아닌 나로서는 반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인류의 시작을 연구한 다윈의 고뇌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역자의 주석이라는 마법이 어려움을 반으로 줄여주고 있어서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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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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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역사는 우리의 동정심을 민주화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몰래 따라나섰다. 시대의 소음을 통해서 안면이 있는 작가인데 그 책을 통해서 만나 본 줄리언 반스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통해서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미술 작품과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그런데 지금껏 만나왔던 에세이들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첫 만남은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 이야기 제리코 ; 재난을 미술로를 읽으면서 바로 이 에세이를 가볍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았고 느꼈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기보다는 미술 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평론 같았다. 미술에 대한 상식도 부족한 내가 읽기에는 조금 벅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이어서 작가의 미술 산책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작가를 따라 미술 산책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음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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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등의 다양한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로 소개된 팡탱-라투르; 정렬한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우선 처음 만나는 작가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고 다음으로는 그의 그림들이 가진 매력이 흥미를 가중시켰다. 마네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라는 작품의 설명을 보면서 그림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상황을 알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팡탱-라투르의 작품의 설명을 읽으면서는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그림에 표현된 동작 하나하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시선이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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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화가는 강 하류를 향해 술술 실려 내려가 햇빛 가득한 저수지라는 완성된 그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가 맞부딪치는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잡고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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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세잔이 모델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작품들이 왜 다른 느낌을 주는지 알게 되면서 이제는 미술 산책을 혼자 다녀도 되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평론에 가까운 책이라는 증거 같다. 자기 감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상식이 없어 미술관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미술 감상에 참 재미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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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0. 무릇 예술가들의 우정이란 실패보다는, 그게 어떤 것이든 성공으로인해 금이 가기 마련이다.

 

이 책의 에세이들은 작가 줄리언 반스가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현대 화가에 실었던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작가의 미술 지식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은 이 책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미술 작품을, 미술가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이 좋았고 그 관점을 표현하는 특별한 형식의 글이 좋았다. 처음 만남은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읽을수록 작가 줄리언 반스와 함께 한 미술 산책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소설 작가가 바라본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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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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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4. 하루키스트(무라카미주의자)는 대관절 어떤 사람들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세계의 하루키 팬들이 오기쿠보에 자리한 작은 북카페를 찾아오게 괬다. 이제는 카페 이름도 로쿠지겐(ろくじげん)6차원이 아니라 무라카미 카페(ムラカミカフェ)’라고 불린다.

p.685.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차라리 하루키를 연구하자.(중략)그런 마음에서 나의 끝없는 하루키를 둘러싼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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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팬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이 있다. 그런 열성 팬들을 하루키스트라 칭하며 그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재미난 책 <하루키의 언어>를 만나보았다. 하루키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면 하루키 본인보다 이 책의 저자인 나카무라 구니오를 만나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저자는 하루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마치 사전 같은 느낌의 이 책<하루키의 언어> 속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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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하루키에 대한 연구 결과물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머리말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커다란 나무로 표현하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는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에 들어가기 위한 아홉 개의 키워드로 재미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이 다룬 하루키 문학의 창작자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연대기를 보여주고, 하루키의 작품들을 분석한 이야기를 도표를 이용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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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삶과 문학 세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 저자는 본문에서 하루키가 사용했던 또는 그와 관련 있는 단어들을 흥미로운 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들려준다. 본문은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일본 원서에는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정리하는 방식에 따라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설 듯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본문의 내용 중간중간 보여주는 저자의 ‘칼이 좋았다. 저자가 들려주는 하루키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특별한 책을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듯했다.

 

하루키의 열성 팬은 아니지만 하루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하루키의 책들을 다시 한번 읽게 될 것 같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아마도 하루키를 만나게 하는 끌림을 주고 있다는 것 같다. 그 끌림은 열성 팬에게는 하루키 월드를 여행하는 가이드가 되어줄 듯하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하루키 월드로 들어가는 입장권이 될듯하다. 하루키라는 작가를 연구할 정도로 좋아한 저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특별한 책을 통해서 하루키와의 만남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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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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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조선편집장을 지낸 저자 문갑식을 따라 흥미로운 유럽 예술 기행을 떠나보았다. 이 책 <산책자의 인문학>은 제목처럼 정말 동네 산책하듯이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산책하듯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유럽의 예술과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산책자의 인문학>을 통해서 르네상스에서 현재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15인 위대한 예술가들의 특별한 삶을 함께 한 공간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유럽에 한 걸음 더 다가선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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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되었지만 소개되는 예술가는 15인이다. 보티첼리를 시작으로 포사이스에 이르는 동안 저자는 예술가와 유럽의 도시를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다. 그 점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찾아 나선 낯선 도시의 모습을, 예술가들의 환상적인 작품을 멋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백하게 쓴 이야기에 아름다운 사진이 더해져서 유럽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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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가진 매력 중에 하나는 모르던 것에 대한 앎을 것이다. 그 앎이 주는 즐거움이 독서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산책자의 인문학>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아서 너무나 즐거웠다. 페트라르카, 포사이스 그리고 르 카레 같은 작가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들의 작품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벌써 설렌다. 저자가 유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추천해준 황금전설도 만나보고 싶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칸초니에레도 만나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장소를 직접 다 가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은 모두 한 번쯤은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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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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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1. 기름진 세상보다 깨끗한 세상을 누오는 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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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위해 제정된 혼불문학상의 아홉번째 수상작을 만나보았다. 작가 서철원<최후의 만찬>의 띠지에는 '한국 문단에 폭풍을 몰고 올 역작!'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표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최후의 만찬』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같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전혀 가볍게 읽히지 않는 소설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 책이 소설책 맞나 싶었다.   

p.218. 간절하면 부서지고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을...


역사소설하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 등이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너무나 새롭게 느껴진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정말 단순하다. 역사적인 사건인 신해박해때 천주교 사상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권상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천주교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는 이들의 삶이 등장하고 그들이 이야기를 끌고나간다.

p.336. “흔한 것이 새로울 수 있는 조건은 생때같은 삶을 걸기 때문이지 않겠소.”


그런데 단순한 스토리에 다양한 소재들(정약용, 정조, 김홍도, 최후의만찬, 장영실, 프리메이슨, 카메라 옵스큐라, 변음 등)이 덧붙쳐지면서 이야기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단순했던 스토리는 따라잡기에도 힘들정도로 복잡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협업했을 것 같은 조선의 인물을 생각해본적이 있나? 『최후의 만찬』에 우리나라의 산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소설의 결말에 보여주는 대반전을 접하게 되면 다양한 소재들의 등장 의미를 알게된다.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는 까닭은 우선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 스토리에 담긴 철학적인 생각들 때문인듯했다. 서학과 성리학의 대결 구도에서 비롯된 선과 악의 의미를 두고 정조가 김홍도, 홍대용 등과 나누는 선문답같은 이야기는 이 책이 역사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책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기에 서학을,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한 이들의 논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는 또 다른 까닭은 작가의 화려한 문장들에 있는 듯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은유와 비유등의 기교가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음성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

p. 134. 배손학이 젖은 얼굴로 말했다. 목에서 별과 계곡을 건너가는 긴 바람이 보였다.

p. 160. 최무영의 목에서 춘풍에 밀려가는 민들레 홀씨가 보였다.

p. 211. 박해무의 목에서 오래전 뭍으로 올라와 뙤약볕에 바싹 말라 죽은 북어 울음이 들렸다.


또, 눈빛을 표현하는 데도 망설임없이 화려함을 뽑네고 있다. 그러니 다른 것들의 표현들도 말할 필요없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p. 186. 눈 안쪽에 붉은 대숲이 보였다.

 p. 234. <최후의 만찬>을 바라보는 임금의 눈동자 안쪽에 거친 눈보라가 떠갔다.

 p. 381. 임금의 눈 속에 등이 굽은 물고기가 보였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선과 악,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려니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뒤 소설을 접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의 가치를 알게해주는 듯 했다.


이 작품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얕은 맛을 가진 소설이 아니다. 오랜시간 정성들여 깊은 맛을 가진 진한 곰탕같은 소설이다. 진한 곰탕의 깊은 맛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더 큰 감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가슴에 닿아 머릿속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을 울려 머리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냥 옆에 두고 자주 펼쳐보기로 했다. 결말을 다아는 소설책을 곁에 두고 싶어지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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