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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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오키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도쿄 타워>를 만나보았다.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의 2005년 작품을 소담출판사에서 다시 출판한 작품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사랑은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다. 상식적인,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사랑들이 등장한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에 등장하는 세 자매와 남자들의 사랑은 혼란스럽고,「별사탕 내리는 밤」에 등장한 자매의 사랑은 더 난해하다. 조카에게 탐나면 빼앗으라고 조언하는 이모의 사랑법은 난해함을 넘어선다. <도쿄 타워>에 등장하는 사랑들도 난해하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운듯하고, 사랑보다는 쾌락에 가까운듯하다.

 

p.117. 시후미는 마치 작고 아름다운 방과 같다고, 토오루는 가끔 생각한다. 그 방은 있기에 너무 편해서, 자신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첫 문장은 정말 작가 소개 글에 있듯이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p.9) 주인공 토오루의 생각이다. 이렇게 감성적인 20살 젊은이가 오후 네시만을 기다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전화벨을 기다리는 것이다. 토오루가 열일곱 살 때부터 사랑한 여인 시후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p.122) 정말 애틋한 사랑이다. 그런데 상대 시후미는 엄마 친구다. 거기에 남편이 있는 여자다. 청춘의 열정이 자리를 잘못 잡은 듯한데 시후미라는 여성이 점점 더 다가온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p.361)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말로 토오루의 사랑을 깊게 만든다.

 

p.321. 코우지에게 유일하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마음을 준다는 행위였다. 

유부녀를 만나는 토오루를 부러워해서 유부녀와 만나는 얼빠진 친구 코우지의 등장은 토오루의 아슬아슬한 불륜을 사랑으로 보이게 한다. 코우지가 선택한 첫 상대는 친구 요시다의 엄마다. 물론 지금은 키미코라는 정열적인 유부녀를 만나고 있다. 거기에 유리라는 친구까지 양다리를 제대로 걸치고 있다. 토오루보다 나은 게 있다면 그녀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학교도 제법 열심히 다닌다. 육체적인 쾌락이 사랑이라 생각하는지 하루에 두 여자를 상대하기도 한다.

 

토오루는 자신의 사랑 시후미를 남편에게서 빼앗기로 결심한다. 코우지 앞에는 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한다. 요시다. 코우지에게 아빠가 불쌍하다고 말한 그 요시다가 다가온다. 이 두 청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대학생활도 등한시하며 빠져든 두 청춘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의 모습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랑의 모습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청춘의 사랑은 불안하다. 두 유부녀가 등 돌리게 된다면 두 청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통속적인 불륜 이야기를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토오루와 코우지 두 친구가 만들어가는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 도쿄 타워의 불빛처럼 아름다운 빛깔일까? 비에 젖은 도쿄 타워처럼 슬픈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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