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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브 -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힘
테일러 클락 지음, 문희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인 ‘너브(Nerve)’는 ‘긴장’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얼핏 상반된 것 같은 두 가지 정의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두려움과 동의어인 ‘신경증세’와 도덕적 용기를 의미하는 ‘기세등등하다’라는 의미다. 저자는 ‘너브’의 두 가지 의미처럼 두려움이 용기와 평정심의 본질임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신경증세에 기세등등하게 맞설 수 있도록 두려움의 본질에 대한 고찰과 다양한 현실 사례를 통해서 그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이 책에서는 두려움을 뇌 과학으로 접근하여 본질을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걱정에 빠지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불안에 관한 여덟 가지 실수와 공포를 마주하는 자세를 고찰했다. 똑똑한 사람들도 긴장 때문에 실패하는 사례를 통해서 긴장 속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했고 스트레스와 긴장, 혼란을 이겨낸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한 무대공포증의 비밀을 분석하고 이겨내는 방법, 위기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 올바르게 두려워하는 12가지 방법 등을 공유하여 다양한 통찰을 제공했다. 대부분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기 때문에 독자들이 두려움에 관한 자신의 문제를 쉽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이끈다.
두려움의 본질은 생존본능이다. 과거 원시적인 생태계에서 야생동물의 위협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서 두려움을 통해 최고의 경계태세를 취할 수 있었고 위기의 상황에서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생존본능이었던 불안과 긴장이라는 두려움은 현대인의 삶에서는 불필요하게 작동하여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자주 만들기도 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로 안 좋은 상황이 될 뻔했거나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던 사례들을 누구나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두려움을 일으키는 상황들은 감정의 크고 작음에만 차이가 있을 뿐 앞으로도 살면서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매 순간 예상치 않게 마주치는 두려움 앞에서 기죽지 않고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인들과 유명인들, 스포츠스타나 연예인들이 위기와 중압감 속에서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 소개되는 군인, 운동선수, 우주비행사, 외과의사까지 그들 모두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위기와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그들이 두려움에 능숙하게 대처했던 방법은 두려움을 느끼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두려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결정적이었다. 결과만 보자면 그들 모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지만, 사실 어떤 이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도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렸고 어떤 이는 당대 최고의 투수임에도 늘 불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으며 어떤 이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전우를 지키기 위해 눈밭에서 군화를 신지 않은 것도 몰랐다. 또한 어떤 이는 누구 못지않게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남을 위해 두 번이나 극심한 공포를 떨쳐냈다. 이들 모두 분명히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려움을 모르는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대하는 자세에 있었다.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수용하고 옳은 행동에 집중해서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머리를 감을 때 눈과 코로 떨어지는 물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물속에서 겪는 숨쉬기 곤란한 상황처럼 두려움을 느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임에도 당황하며 움직이는 바람에 오히려 눈과 코에 물이 더 들어가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라는 생존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상황이 익숙해지면 대처요령이 생기고 이후 생존본능에 의한 감정들은 줄어들고 두려움은 사라진다.
상황은 달라도 다양한 사고 현장에서 위와 같은 생존본능의 작동으로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추어 스쿠버다이빙 사망자 보고서 중에 40%는 원인 불명으로 분류되는데 심각한 부상도 아니고 산소탱크도 상당히 차 있었는데 익사한 경우다. 심리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잠수부들이 겁을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를 덮은 산소조절기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공포를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육지에서처럼 기도를 막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생존본능에 의해서 목숨을 건지는 이도 분명 있지만, 잠수부들은 치명적으로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본능에 따라 반응하면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머리 감는데 요령을 파악하고 익숙해지듯 아무리 간단한 방법이라도 미리 훈련해두면 위기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본능을 미리 설정하여 사고가 발생해서 현실 지각이 불리해지거나 왜곡되어도 상황을 파악할 필요 없이 곧바로 행동을 개시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비상상황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두려움이 엄습하면 바로 침착해지거나 냉정하게 만들어주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두려움을 치료할 방법은 없을뿐더러 그런 게 있어서도 안 된다. 두려움은 불편한 감정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이게 하며 우리가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생존을 위한 유익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불안하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두려움을 친구처럼 반기는 현명한 마음자세를 가진다면 두려움은 삶에서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두려움과 싸우는 데 불리한 성향을 타고난 것은 분명하지만 두려움, 중압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두려움에 잘 대처하는 능력은 두려움을 느끼는지 여부가 아니라 두려움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다. 저자는 두려움에 마음을 열고 두려움과 함께 노력하고 감정과 상관없이 옳은 일을 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럴 때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용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두려움은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생존본능이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한 측면에서 이 책의 통찰은 누구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한 문제와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민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해결을 모색하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