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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타임POP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에는 서점을 가면 눈에 띄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인 자기계발서, 소설, 에세이, 경제경영서 등 다양했지만, 글쓰기 관련 서적들은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몇 달 사이 서점에 갈 때 마다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몇 권 씩 눈에 들어왔다. 신간서적으로도 많이 나와 소개되었고, 일부 책들은 추천되어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서적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인터넷에 발달로 개인 블로그와 카페 등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다보니 자발적인 글쓰기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도 최근 몇 달 전까지는 직장에서 보고서나 제안서와 같은 업무적인 글쓰기 이외에는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글쓰기를 해온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책 읽는 재미에 빠져서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평이라는 것도 쓰게 되었고, 이후에는 뜻하지 않게 제품에 대한 리뷰 작성 및 공연 리뷰 등도 추가로 작성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담을 쌓고 지내왔지만, 지금은 자발적인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글을 많이 쓰기만 해도 스스로 실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이 없다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혀 답답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와 사례들을 알고 있다면 자신의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글쓰기 노하우 자체는 다른 책들에서 설명하는 기존의 규칙과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베껴 쓰기’라는 방법을 중심으로 이러한 노하우들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저자의 문체와 사례를 통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쉽게 설명하면서도 자유롭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글쓰기 책보다는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힌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장의 끝에서는 유명한 작가들의 글을 발췌해서, 독자들이 읽고서 베껴 쓰고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작가들의 글 다음 페이지에 베껴 쓰기 위한 별도의 빈 공간도 마련해놨다.
저자는 피아노를 치든, 그림을 그리든, 영어를 말하든, 잘 하려면 무작정 따라하면서 익혀야 하듯이 글쓰기 또한 이것이 기본 원리라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선생의 연주, 선배의 화법, 원어민의 말을 무조건 따라함으로써 그대로 흉내를 내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노하우라는 실력을 얻을 수 있듯이 글쓰기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위대한 창조는 서투른 모방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따라하고 흉내 내고 베끼는, 길고 긴 시간의 투자가 없이는 빛나는 창조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적인 배움의 원리를 통해서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 30가지를 저자의 개성 넘치는 표현으로 풀어나간다.
이 책은 확실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통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경험담과 사례들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베껴 쓰기를 통한 경험담은 마치 나조차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다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무언가를 실천하려면 개인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인 ‘베껴 쓰기’도 상황에 따라서는 귀찮고 지루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책에 낙서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책에서 제공하는 빈 공간에 베껴 쓰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개인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빈 노트에 베껴 쓰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실천하는 데 좀 더 의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더욱이 이 책의 강점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저자의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쉽고 빠르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문법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그것을 베껴 쓰기를 통해서 체계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하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인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감을 키우고 실질적인 실력 향상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어떤 글쓰기 책보다도 가장 쉽고 명확한 글쓰기 책이라는 점에서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