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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우연히 친구와 함께 서점에 들렀을 때, 작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읽기에도 부담 없는 두께와 중간 중간 들어가 있는 그림들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고,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어서 그 책 한 권을 구입해서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책은 하루 만에 다 읽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여운이 남았다. 이 책이 유명한 문학 책이라는 것은 한참이 지나 학교 수업 중에 알게 되었다. 이 책이 처음으로 내 돈으로 구입한 문학책인 ‘어린 왕자’다. 소중하게 여기던 책이었지만, 살아오면서 많은 이사를 하던 중에 분실했던 책이다. 언젠가 다시 구입을 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그 생각을 한지가 벌써 십년이 흘렀다. 늦었지만, 성인이 되어서 다시 접하게 된 이 책이 나에게는 좀 더 특별하다.
저자인 생택쥐베리는 군대에 입대한 후 비행기 수리 작업에 복무하다가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로 공군 조종사로 복무하다가 재대 후, 우편 비행사 일을 하게 된다. 35세가 되던 해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하여 겨우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어린 왕자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무척이나 닮아 있다. 또한 어린 왕자에서 주인공이 사막에 불시착했던 이야기 또한 그의 경험과 유사하기에 자신의 삶을 소재로 많은 것을 투영했다는 생각도 든다.
성인이 아닌 어린 시절에 읽었던 어린 왕자는 짧은 동화 같은 이야기와 어른과 어린 아이의 대화 사이에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생소하면서도 왠지 매력 있게 다가왔다. 그 당시 정신적으로 조숙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마음에도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면서도 동심을 잃어서는 안 되겠다는 조금은 막연한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게 된 어린 왕자는 어린 시절 기억을 추억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도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동심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왕자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별들에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집중하고, 숫자에 익숙하며, 권위와 허영심에 마음을 잃어버린 현실의 어른들을 대변한다. 사람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현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행복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이 작은 책 한 권에 보물처럼 담아 놓았다. 어린 왕자와 꽃과의 관계,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이야기했던 길들여진다는 의미 등은 현대 사회의 각박한 현실에서 서로에게 책임질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어른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1943년에 출간 이후 2010년인 현재까지도 이 책의 가르침은 시대를 떠나서 모든 어른들에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이다. 지금 자신 주변의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을 둘러보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인연임을 더 늦기 전에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의 인생이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왔다면 한 번 쯤 멈춰 서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되짚어보기를 바란다. ‘어린 왕자’라는 작은 책의 잔잔한 이야기가 어린 아이에게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바라볼 줄 아는 현명함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