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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아이 엠 - 모르고 살아온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셀프 인터뷰
미카엘 크로게루스.로만 채펠러 지음, 김세나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 일색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도 않고,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쉽지만도 않다. 질문으로 가득한 내용이 다소 지루하거나 질리게 만들지 모른다는 기우도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하나하나 답하다보면 그 안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잊고 있었던 것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I am'이라는 제목 그대로 자신에 대한 질문이자 이야기이다. 아담한 사이즈에 아기자기한 편집의 작은 다이어리 같은 책이지만, 그 안에 질문들은 인생 전반을 담고 있다. 자신의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서부터 습관, 건강, 성, 비밀, 환경, 연애, 가족, 친구, 자녀계획, 죽음, 정치적 생각, 유년생활, 여행, 행복, 두려움, 사랑 등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질문에서부터 비밀과 같은 개인적인 질문,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질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다양한 질문의 나열에 내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잘 읽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질문을 자신에게 하나하나 던지다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몰입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치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자신에 대해서 조금씩 파악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나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정작 나를 알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라는 지도를 완성해가는 기분이다.
단순히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큰 의미를 갖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수많은 질문들과 적어 내려간 답들이 모아져서 ’나‘라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맞아, 이런 생각을 했었지’, ‘이런 일이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거구나’, ‘이 것 때문에 이렇게 되었던 거야’, ‘내 인생에 목표가 이거였어’ 등등 넘기는 페이지가 늘어날수록 스스로 짧은 빛과 같은 ‘나’라는 깨달음도 늘어났다.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추상화하거나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한다.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나에 대해서 속속들이 파헤쳐볼 수 있었고, 추상적인 나라는 존재를 이제는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고,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기를 진정으로 바라는지, 내 인생의 로드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최근에 질문의 힘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질문만 적절하게 잘 할 수 있어도 단순히 대인 관계 뿐만 아니라 삶에 많은 부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책에서 강조하는 질문은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질문이 관점이 된다. 상대방에게 질문이라는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강력한 질문력을 자신에게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도하지 않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질문은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효과적인 기술이다.
이 책을 통해서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하다보면 의외로 ‘없음’, ‘모름’이라는 답을 하게 되는 경우를 제법 많이 만난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막연하게 보낸 시간이 많아서일까?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 한 점이 이렇게 많았던가? 명확한 답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질문 모음집이지만, 상당히 특별하다.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하나하나 책에 답을 적다보면 의외로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에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된다.
최근에 접했던 어떤 자기계발서적보다도 심플하고 독특한 책이다.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만들어주고, 자신을 찾고 발견하고 알아가는 의미 있고 효과적인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렇게 기록한 답들을 매 년 다시 들춰보게 된다면 그 때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일부 답들은 수정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삶에 좀 더 주도적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것이다. 이 책의 다양한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통해서 ‘나’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꼭 한번 쯤 갖기를 권한다. 의외로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