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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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두 사람이 있다. 옥상에서 나란하게 서 있는 사람이다. 친구일까. 자매일까. 혹시 연인일까. <완득이>, <아몬드>를 이어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는 광고 때문에 더욱 궁금했지만 표지가 뭔가 끌려서 더 읽고 싶었다. 화재 사건에서 혼자 살아남은 열여덟 살 유원의 이야기다. 언니가 자신을 살렸다. 집에 불이 났는데 언니가 나를 이불에 감싸서 던졌다. 그리고 언니는 죽었다. 자신을 받아 준 아저씨는 그 이후 다른  삶이 엉망이 되었다. 유원에게 세상은 거울 같았을 것 같다. 공포스러운 거울이라고 할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한다. 유원에게 일어난 사건을 사람들도 다 안다. 유원은 얼마니 힘들었을까. 자라면서 더 세상이 싫어졌을 것 같다. 자신을 살리고 죽은 언니에 대한 죄책감도 있고. 


이상하게 언니가 죽고 동생이 살아남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권여선의 <레몬>이 생각났다 언니가 죽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레몬>에서는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이지만. 


나는 엄마의 하나 남은 딸이자, 언니가 선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품이다. 이미 끝난 언니의 삶을 연장시키며 보조하는 존재. 너무 과한 생각일까? (p.148)


엄마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자신을 보면서 큰딸인 언니가 생각나니까.  엄마와의 관계로 힘들다. 유원에서 수현이 있어 다행이다. 사춘기 시절에 친구란 진짜 좋은 거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현재 유원과 같은 시간을 사는 이들도 있겠구나 싶다.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아도. 살아남았으니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오래 생각날 것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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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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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전이수가 그린 그림에 빠져든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키웠을까. 조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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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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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같은 세대의 직장인으로 일정 부분 공감이 같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읽은 장류진의 <연수>는 좀 달랐다. 직장인이고 미혼이며 운전면허를 땄다는 건 나와 비슷하다. 주인공처럼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직접 운전을 할까, 차를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자동자 운전 강사를 구하는 방법으로  지역 맘카페를 검색하는 건 의외였다. 나만 모르는 거였나. 


강화길의 <음복>은 다시 읽은 셈이다. 남동생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 화자의 입장을 잘 모르겠지만 사촌이나 친척의 경우를 보면 집안에 소설의 고모처럼 한 명씩 희생한 사람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 강화길의 단편집에 대한 평이 좋던데 더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단편집 <쇼코의 미소>를 읽는 것 같았다. 아, 그래서 좋았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연대를 이어가는 힘이라고 할까.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말랑말랑한, 연애의 기분이 들었다.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 집중하게 되고 상대고 나에게 집중하기를 원하는데 그게 안 되면 화가 난다. 김봉곤은 그런 감정을 아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장희원의 <우리의 환대>도 인상적이었다. 아들을 만나러 타국에 온 부모가 아들의 정체성을 알게 되는 일. 세대 차이를 떠나 아들과 완전히 분리되는 기분이 아닐까. 내년엔 어떤 작가의 소설이 젊은작가상 수상을 할까. 벌써부터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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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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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30대 직장인으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지금 내 업무가 아닌 전문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인가 생각했다. 뭐 어쟀거나 <일의 기쁨과 슬픔>은 IT산업의 주무대인 판교를 상상하기도 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점점하고 직책이나 사원의 이름 대신 닉네임(이라고 해도 좋은가, ㅎ)으로 부르는 직장.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임수정과 전혜진이 주연한 드라마가 겹쳐지기도 했다. 그래도 월급은 돈이 아닌 포인트로 준다는 건, 진짜 놀랐다.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잘 살겠습니다>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할 생각도 없기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친구들의 입장이라면 주인공과 같은 기분일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자로 잰듯 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빛나언니가 좀 안쓰럽기까지. ㅎ 코로나19로 결혼식과 돌잔치가 미뤄져서 경조사비에 대한 지출이 없지만 가을이 되면 또 달라지겠지.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잘 살겠습니다> 중에서

 

<새벽의 방문자들>은 무서웠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이 줄지만 밤 늦게 집으로 오는 골목길에서는 걸음이 빨라진다.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은 구직활동을 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떠올랐고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생각났다. 장류진의 소설은 재밌고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단편이 아닌 장편은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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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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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크리스마스다. 뭐 특별한 계획은 없다.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으려 해도 대부분 결혼을 해서 집에서 영화나 봐 할 것 같다. 가족들이 없는 나만의 공간인 내방 침대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때를 놓친 영화를 봐야지.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 소설<셰어하우스>를 한 번 더 읽어야지. 이 소설 진짜 괜찮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아슬아슬한 떨림도 있다. 오래전에 진짜 재미있게 본 드라마 <소울 메이트>가 생각났다. 이 소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흥행 대박 날 것 같은데, 제발 그래주길.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티피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를 본다. 350달러로 집주인의 간섭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받는 급여로 딱이다. 밤 근무를 하는 집주인과 침대까지 나눠 사용하는 조건이지만 뭐 상관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으로 봐서는 친구들이 걱정할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도착한 아파트에서 티피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티피에게 침대를 내준 리어는 간호사로 야간근무를 한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지내니까 낮에만 아파트에서 보낸다. 티피를 이상한 인형과 담요를 가지고 온 세입자라고 생각한다. 딱히 연락할 일은 없다. 필요한 말만 메모지에 남긴다. 이때부터 소설은 정말 흥미롭게 흘러간다. 한 집에 산다는 걸 실감한다. 서로가 남긴 메모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상대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는 거다. 티피는 침대 밑에서 손뜨개 목도리를 발견하고 리언에게 자신이 편집하는 저자의 책에 실릴 샘플을 부탁한다. 리언에게 목도리를 떠주는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의 할아버지였다. 리언은 병원에 물어보고 좋다고 한다. 뜨개질로 연결된 만남이라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둘은 병원에서 만나지 못한다. 티피는 리언의 동료들만 만날 뿐. 닿을 듯 말 듯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티피와 리언.

 

몸을 돌리니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이만큼 떨어져서 봐도 너덜너덜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가 보였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리언의 유니폼과 많이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엉덩이에 달린 호출기를 확인하고는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키가 컸다. 리언일까? 확실히 알아볼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를 따라가려고 더 빨리 걸었다. 약간 숨이 차올랐고, 어쩐지 스토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속도를 줄였다.(p.145)

 

본격적인 연애는 언제 시작되나? 리언은 너무도 조심스럽고 동생인 리치 일로도 정신이 없다. 여자친구 케이는 이런 리언 때문에 속상해한다. 주말에도 리치 면회를 가니까. 케이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도 같고. 그렇지만 케이와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티피와 리언이 연인이 되는 거 아니겠는가. ㅎ

 

티피와 리언에게는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티피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저스틴이, 리언은 리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야 한다.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티피와 리언은 집주인과 세입자에서 진짜 연인이 된다.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한 결말이라 나도 좋다. 결혼한 친구들은 내 맘을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읽으니 나도 연애를 해보고 싶어진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이 소설과 함께 보낸다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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